Friends_002

Fireworks_2208

동이 틀 때
나는 너에게
가지 말란 말을 해야 했는데

너는 나에게
배가 뜬다며
이제 가야 한다 말을 했었네

밤바다에 비친 별이 예쁘다는
나의 싱거운 고백도

너는 오늘 밤 불꽃놀이가 있다는
말로 나의 고백을 거절했었네

그날 밤 우린
불꽃놀이를 보러 바닷가에 갔는데

너는 나에게 
무등을 태워달라 했고

하지만 이젠 아무도

불꽃이 터졌을 때
우리 둘은 입맞춤을 하고 있었고

불꽃이 터졌을 때
우리 둘은 입맞춤을 하고 있었고

Fireworks_220824

이건 El Tigre에 대한 저의 기억입니다. 자살에 대한 언급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관련된 내용에 거부감이 있다면 보고 듣고 생각하지 않기를 권장합니다.
 저는 분명히 경고했습니다.

001
 자살하기 3일 전 El Tigre와 나는 오래된 비디오 카메라를 샀다. 그 비디오 카메라로 우리는 하루종일 시덥지 않은 비디오들을 찍고 다녔다. 그 비디오가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002
 El Tigre는 노란 호랑이이다. 항상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해 생각하곤 했다. 흰 호랑이도 가능하고, 사자와 호랑이의 교배도 가능하다. 하지만 노란 호랑이가 가능한가? 호랑이가 주황색인 이유는 호랑이의 먹잇감들이 주황색 호랑이를 숲에서 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노란 호랑이가 일전에 몇 존재하긴 했겠지만, 아직까지 노란 호랑이가 남아 있는게 가능할까.

003
 그렇게 생각한다면, El Tigre는 호랑이의 가장 오래된 친척인 것이다. 호랑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호랑이가 아닌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El Tigre의 혼란스러운 행동이 조금 이해가 가는 것 같다. El Tigre는 홀로 남은 노란 호랑이이다. 그는 항상 다른 이들과 연결되고 싶어하는 동시에 다른 이들과 분리되기를 원했다. 그는 다른 이들과 함께하는 동시에 그들과 닮고, 섞이는 것을 거부했다.
한 사람의 내면은 깊고 어두운 우물과 같다. 깊고 어두워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 안에 물이 있다는 사실도 최근에야 귀를 주의 깊게 기울여 보고서 알게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물을 들여다보지 않지만, 몇몇 아주 예민한 이들은 홀린듯이 주기적으로 우물을 들여다본다. 그들은 종종 우물 속 어둠에서 반짝이는 무엇인가를 보았다고 하지만, 그 착각 후에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죽음뿐이다.

004
 El Tigre가 죽었을 때, 일말의 안도감이 들었다. 내 주변의 많은 이들이 죽었지만, El Tigre는 그중에서도 특히나 스스로를 좋아했다. 나는 그의 스스로를 향한 탐구를 이해하지 못했다.
El Tigre는 자주 자신이 목격한 반짝임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는 반짝임이 착각일 뿐이라고 이야기했지만, El Tigre는 그렇게 간단한 것일 리가 없다고 했다.
내가 안도했던 것은 더이상 반짝임에 대해 듣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었다.

005
 반짝이는 이들은 그 자체로 사랑을 받는다. 결국 다른 이들과 연결되어 있으면서 다른 이들과 닮지 않는 방법은 내가 다른 이들을 물들이는 방법 밖에 없다. El Tigre는 스스로 반짝인다는 증거를 찾고 싶었던 것 같다.
El Tigre는 그 증거를 자신의 안에서 찾고자 했다. 하지만 그는 자주 좌절하고는 했다.

006
 El Tigre는 나로부터 멀리 도망쳐 내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내가 알지 못하는 방식으로 죽었다. 그의 죽음에 대해 아무런 유감도 연민도 들지 않았다.
노란 호랑이들은 꽤나 일찍 태어나, 주황 호랑이들을 위해 세상에서 사라졌을 것이다. 이렇듯 죽음은 정해진 순서에 따라 찾아온다. 존재에 대한 자리는 한정되어 있기에 존재들은 자신 다음에 올 존재들을 위해 하루라도 빨리 죽음을 향해 움직여야 한다. 스스로 생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그렇기에 별다른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죽음은 생의 가치에 별 관심이 없다.

007
 모든 답은 내면에 있지 않고,
현상에 있다.
모든 답은 내면에 있지 않고,
현상에 있다.
내면에서 답을 찾지 말고,
나의 밖에서 답을 구해라.
모두가 무관심하지만,
손에 피를 묻히기 싫기에
그 순간에는 친절할 것이다.
모든 답은 내면에 있지 않고,
현상에 있다.

008
 El Tigre와 나는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지 물었던 적이 없다.

El Tigre_220929

the smiths - still ill_220909

실종_230117

어디가 사랑과 행복인지
나는 이해가 안 되니까

우리가 다시 만나면
그땐 설명해줘

Poets_231029

동이 틀 때, 나는 너에게
가지 말란 말을 해야 했는데
너는 나에게 배가 뜬다며
이제 가야 한다 말을 했었네

밤바다에 비친 별이 예쁘다는
나의 싱거운 고백도
너는 오늘 밤 불꽃놀이가 있다는
말로 나의 고백을 거절했었네

그날 밤 우린
불꽃놀이를 보러 바닷가에 갔는데
너는 나에게 
무등을 태워달라 했고
하지만 이젠 아무도

불꽃이 터졌을 때
우리 둘은 입맞춤을 하고 있었고

하지만 이젠 아무도
불꽃놀이를 보러 가잔 말을 않네

불꽃놀이_fireworks

숨을 뚫고 들어 온
차가운 무게에
나는 넘어지고
말았는데,

손가락 사이로 
흘러나가는 숨을
부여 잡으려
애썼지만,

너는 흰거품처럼 
쓸려내려 가버렸네.

너와 나는 파도처럼
평생을 헤맸는데,
이렇게 부서지고
헤어지는 구나.

그래도,

언젠가 긴긴 시간이 지난 후에
너가 너로 다시 돌아올 것을
우린 알고 있는 걸.

Arteiyu

파도_waves

너가 다른 방향을 보며
화를 낼 때,
너와 같은 방향을
볼 수 있는
달이면 좋겠어

왜 그러는 지는 몰라도,
그래주는 눈이면 좋겠어. 
그런 밤이 되면

두 개의 눈이 만나
모든 물이 넘칠 때
우리 둘은 소용돌이 처럼
바닥을 향해 잠기고 말 거야

halsoo and frie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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