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BY MQR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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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공허가 내 안에 있다.
아픈것도, 나쁜것도, 두렵거나 불쾌한것도 아닌,
그저 당연한것.
0:18
나는 내게 말을 걸고, 내가 대답한다.
다행인지, 나와 나는 잘 어울렸다.
하나이면서 그렇지 않은듯 분리되어 있고
분리되있지만 하나이듯이 이해한다.
0:36
고독. 따뜻하고 무거우며,
어둡고 깊다. 불편하면서 가장 익숙한 느낌.
그래 여긴 나의 방, 나의 우주.
0:54
출구 없는 절망을 내내 떠들던 나와 나에게
이 비참함은 이제 익숙한 농담이다.
1:11
여기 없던 낯선 어둠이 준비없이 다가왔다.
무겁고 짙고 분명한 이 어둠위에는 상처가 나있고,
불쾌하리만큼 자연스럽고 어울린다.
1:48
선명해지는 어둠의 존재감은
내가 못들은채 할 수 없는 음성을 지닌다.
이 자리에 줄곧 있던 나와, 나의 공허와
이 어둠은 건방지게도 꽤 어울린다.
2:23
낯선 방문객에게 조용한 탐색을 
마친 나의 표정은 마침내 이 어둠에 반응한다.
여기 누군가 온건 네가 처음이야.
2:40
익숙한 농담처럼 어둠은 내게 공허를 얘기했다.
가볍고, 초연한 그녀의 숨결 끝에
나는 어떤 슬픔의 단서도 찾을 수 없었다.
가장 익숙한것으로 내게 말을 걸어준
가장 낯선 존재.
2:58
겁이 나면서도 망설일 여력이 없다.
떨리는 인사를 서툴게 건네다
조심스럽게, 당연하게
그녀를 내 안에 맞이한다.
3:34
허락된 한 걸음을 태연히 내딛으며
다가오는 너의 발걸음이
무겁고 큰 울림이 되어있다.
준비되지 않은 완악을 막아서기엔
이미 열어진 문 앞으로 가는길에 네가 있다.
4:06
한 번의 문을 열어주었을 뿐인데
닫혀졌던 곳으로 바깥의 공기는
겨를 없이 덮쳐오고. 
나만의 방 안에서 너의 바람은 쉽사리 퍼져간다.
내게 없던 잡음이 몰려들고
이 방의 주인이 누구인지 아는것을 
놓칠까 두려워진 내가 팔을 휘둘렀지만
소약한 내 나체의 모든 면에 닿아진채,
이 어둠은 이미 나를 감싸고 있었다. 
이렇게나 어둠은 빠르다.
4:44
닿아있다. 그러나 볼 수 없다.
어둠이신 나의 여왕이여,
나는 내가 닿은 단면으로 부터
감히 너의 고통을 상상했다.
내가 지어낸 너의 아픔이 다시 내게 느껴졌다.
이 상처는 불편하고 아름다워,
나는 상처를 사랑하게됐다.
5:19
하는 수 없는 처절한 이 사랑은 노래되어
들리지 않을 곳 위로 요동친다.
내 작은 존재로 어둠을 감싸 안으려는
나의 오만을 나는 사랑하며 증오했다.
나의 노래는 들려지지 못해 소리는 못되었고.
다만 어둠을 끌어안는 무력한 춤사위가 되었다.
5:58
어둠이 떠난 자리에 다시 공허가 있다.
처음 내게 말을 걸어왔던 너의 소리는
모양을 간직한채 흐려질 잔향이 되어있다.
나의 상처는 아물기 전이라
불편한 잡음을 일으킨다.
6:13
나는 다시 내게 말을건다.
다행이다, 여전히 잘어울린다.
그러나 그때엔 없던 너의 잔향과 
상처는 내가 다시 이 방의 주인임을
아직 허락해주지 않았다.
6:23
잊혀질거라 여긴 잔향은
나의 공허보다도 오래 남아있다.
너는 여기 없지만 어째선지
더 긴 어둠이 남아있다.
아마도 그만큼이나 찰나에
이만큼이었다 너는 나에겐.
6:31
여기 없던것이 잠시 들렀다가
가려던 길을 다시 갔을 뿐인데
어째선지 그 때보다 텅 비어있다.
이건 내게도 익숙하지 못한 공허인데
6:40
공허마저 남지 못한곳엔
뭐라도 놓여있을까.
그것을 존재라고 여길 수 있을까.
그 날로부터 흩날렸던 핏방울과
끝 모르던 공허의 범위에도
다 담을 수 없었던 그 어둠이 두고 간 비명소리가 
내게는 너무 아름다워서 나는 결국 울었다.
상처를 사랑하게된 나는
아름다움을 증오하게 되었다.

Abraxas Mq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