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를 깨우는 몬티홀 문제
선물에 눈 멀은 현관문 뒤로
안을 보지 않아도 너는 알 수 있다며
재활용지 겉을 핥기 시작했지

테이프에 붙여 떼어낸 표정
골판지와 같은 색을 띤 머리
아 이건 그냥 뜯어진 박스일 뿐이야
분리수거 날 같이 버려야겠지

병설 유치원과 연결된 이 도서관 안에
이미 불은 전부 꺼져서 왜 여기 왔는지도 모르고
무언가를 피해 도망쳐선 이리로 왔는데
이제서야 나는 내가 잘못 왔단 걸 알았지

주차장을 메운 진녹색의 점성질 액체
다이빙 하듯 뛰어내리면 나를 포근히 감싸주지
나를 따라오던 저 어두운 그림자 무리는
복도 저편으로 춤을 추며 사라져 버렸어

정수기 위에 둔 이온음료는
어느 새 창문 아래로 날아가
아 그 사람이 죽은 건 나 때문이 아냐
그건 그냥 사고였을 뿐이라고

컴퓨터 안쪽에서 끓으는 강산성 용액
도망치듯 전원을 내려도 모니터는 꺼지질 않아
이 좁은 식탁에 내 자리는 하나도 없는데
다시 돌아오면 모니터는 여전히 거기에

어깻죽지까지 내려오는 편두통 속에
환부를 지긋이 누르면 아팠던 기억이 되살아나
언제쯤에야 난 이 꿈에서 깨어날 수 있니
밤이 찾아와도 모든 건 더 선명해지기만 해...

Migraine

편두통 (Migraine)

뒤틀린 파이프 사이로 물이 흐르고 있어
막으려 애써봐도 막을 수 없다는 걸 알아
바닥에 떨어진 물방울들은 강을 이루고
어느새 코 안까지 차올라 폐를 채워가지

비릿한 물 냄새가 숨 쉴 때마다 섞여 나와
목을 비틀어 막아도 틈을 비집고 새는데
벽마다 어두운 곰팡이들이 피어오르면
말하지 않아도 물이 샌다고 알게 되겠지

물 속에선 숨 쉴 수 없어서 빠져나가려 해도 문은 잠겼으니
방 안에서 물에 잠긴 채로 누수가 될 때까지 그저 떠다녀
저 아래의 배수구를 열면 오수는 빠져나가 깨끗해진대도
곰팡이는 눈 앞을 가리고 날 그냥 멈추게 해
마치 누수될 것처럼...
마치 누수될 것처럼...

헐거워진 나사 아래서 물은 솟아오르고
렌치는 헛돌 뿐 아무 역할도 할 수 없으니
녹빛을 띤 물이 일렁이며 방을 메워가도
숨을 참고 기다리는 것 말곤 할 게 없는데

벌써 방 안은 역겨운 물때들로 가득 찼어
어쩌면 그건 이 방이 아니었을지도 몰라
위도 아래도 구분할 수 없는 시간이 오면
난 물 속에서도 중간 쯤에서나 표류하지

누구라도 물 속에 잠기면 허우적이지 않고 있을 순 없겠지
허파 안을 물에 재운 채로 누수가 될 때까지 그저 기다려
온 몸을 더 부풀어 오르다 얼마 지나지 않아 헤쳐져 버려도
곰팡이는 뇌리에 껴앉아 날 다시 멈추게 해
이미 누수된 것처럼...
이미 누수된 것처럼...

Leakage

누수 (Leakage)

Happiness Worth about 1$

1,100원 어치의 기쁨 (Happiness Worth about 1$)

[나는 화장실 안에 살고 있다] 사운드 트랙
[I'm living in the bathroom] Sound track

Anthur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