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의 창문을 열고
그대의 마음을 열고

우연히 떠오른 아이디어 종이에 적고
조용한 이 저녁 이제야 펴보는 설레는 기분
비웃지 말았으면 해 아마도 안 될 거란 걸
나 역시 알고 있지만 혼자 기분만 벅차서

생각해봐 우린 수없이 흐르는 전파를 놓치고
말해주지 않은 마음에 저마다 고민만 더해가지만

이제 난 너를 향해 주파수를 맞추고
네가 날려 보내는 한 마디도 놓치지 않도록

내 방의 창문을 열고
머리에 스위치를 넣고
희미하지만 분명한
너의 라디오에 귀를 기울여

그대의 창문을 열고
머리에 스위치를 넣고
가볍게 머릴 흔들며
나의 라디오를 들어요

라디오 러브(Radio love)

사랑이라고 이름 붙이기엔
너무 작고 짧았던 시간
이별이라고 이름 붙이기엔
다툼도 눈물도 없었지만
그래도 난 불러봐 그 말이 참 찡해서
이별, 사랑, 눈물, 
뭐 그런 거였다고 꽤 아플만 하다고 
그냥 나 혼자만 그런 걸로 할께
그댄 없어도 돼요 그댄 몰라도 돼요
이런 날의 이런 모습조차도

그래도 난 불러봐 숨 쉬듯이 나직히
감싸듯이 다정히
추억, 후회,사랑, 
뭐 그런 거였다고 꽤 아플만 하다고
그냥 나 혼자만 그런 걸로 할께
그댄 없어도 돼요 그댄 몰라도 돼요
이런 날의 이런 모습조차도
그댄 없어도 돼요 그댄 몰라도 돼요
이런 날의 이런 모습조차도
이런 모습조차도

몰라도 돼요(You don't have to know)

1.
오 오늘 밤에 뭐해요? 그럼 주말에는 어때요?
아님 되는 날을 말해요 내가 맞춰볼께요
오 미안해하진 마요 부담 가질 필요 없어요
그냥 갑자기 생각 나서 차나 한 잔 하려고

All right! 어서 그 날이 와서 그녀를 만나서
갑자기 말해야지 목소릴 깔고
All right! 스치는 바람에도 저녁 노을 속에도
내 마음 속에도 네가 있다고

2.
오 선물을 준비했어 지난 번엔 조금 놀랐지?
미안한 마음을 담아서 약간 무리 해봤어
오 사양하지는 마요 부담 가질 필요 없어요
그냥 맘에 들면 그걸로 나는 충분한걸요

All right! 모든 사람들 시선 한 몸에 받으며
빨개진 그 얼굴도 사랑스러워
All right! 감정이 벅차 올라 아무 말도 못하고
돌아서는 모습도 사랑스러워

아마도 우린 전생에서
이어진 인연인가봐
엇갈리는 이 시간조차

All right!
언젠가 먼 훗날에 그녀를 만나면
갑자기 말해야지 목소릴 깔고
All right! 스치는 바람에도 저녁 노을 속에도
내 마음 속에도 네가 있다고...

고백 공격(Love attack)

그래도 되나요? 그래도 돼요 나?
별거 없는 날씨 얘기따위 말 꺼내봤다가
혹시 안 한 것만 못하게
실낱같은 사이마저 싹둑 잘라지는 건 아닐까
주저주저하고 있지만
그래도 될까요?
이번 한 번만 두 눈 딱 감고
저 벼랑으로 한 걸음

그래도 되나요?
좋아하는 가게가 어딘지 막 물어봤다가
혹시 눈치채면 어쩌지
아직 그런 것까지는 전혀 준비가 안 됐는데
같이 가자면 어쩌지
물 속으로 한 걸음

저주에 걸린 나날 주저만 하다 한달
경계에 걸린 죄수처럼 경계를 넘어 갈랑말랑
말랑말랑한 마음이 다시 굳어지기 전에

그래도 되나요? 그래도 돼요 나?
이번 한 번만 두 눈 딱 감고
저 벼랑으로 한 걸음

저 아랜 깊은 바다 그 속은 아직 몰라
혹시 그대도 두 눈 감고 날 따라 뛰어줄까
저주에 걸린 나날 주저만 하다 한달
경계에 걸린 죄수처럼 경계를 넘어 갈랑말랑
말랑말랑한 마음이 다시 굳어지기 전에

그래도 되나요? 그래도 돼요 나?
영원히 대답은 없겠지만
난 벼랑으로 한걸음
물 속으로 한 걸음
혼자라도 한 걸음

그래도 되나요(May I?)

난 난초 같은 남자
난 난초 같은 남자
한 겨울에도 코 끝을 찌르는 향기를 내뿜는
뿌리가 송두리째 뽑혀서 죽을 때 죽어도 향기를 뿜고 죽는

난 감초 같은 남자
난 감초 같은 남자
세상의 쓰디쓴 맛을 가려줄 달콤한 구원자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씹혀도 씹혀도
단 맛을 우려내는
난 감초 같은 남자, 남자
날 말려 뒀다 썰어
뜨거운 물에 달여
두 눈을 꾹 감고 마셔봐
마지막 한 방울까지 날
마셔 달콤한 나를 마셔

난 감초 같은 남자
난 난초 같은 남자
난초 같은 남자


감초 같은 남자(Man like licorice) feat. JoeLemon

큰 머리 짦은 생각
남의 말은 듣지도 않고
무슨 짓을 하려던 거니
오 서울의 밤에 

민 머리 뿔테 안경
입만 떼면 간 보는 소리
대체 무슨 생각한 거니
오 서울의 밤에 

서울의 밤 서울의 밤에
그녀가 시켰니
서울의 밤 서울의 밤에
그녀가 시킨 거니

서울의 밤에(The night in Seoul) feat. JoeLemon

시간은 흘려보낸 시간은 흩어버린 기억은
감은 내 눈꺼풀 속에 밤마다 살아나고
혹 잘못 들은 목소리, 잘못 들어선 거리
쌓여 온 먼지를 없었던 것처럼 닦아내면
만질 수 없는 것들을, 저 이름 없는 것들을 모아
가본 적도 없는 곳에 두고 잊혀져 줄 때까지
언젠가 색이 바랜 사진도, 눈물 젖은 편지도
없어진 그날에 이제 괜찮다고 말해볼 거야
오랜 약속까지도, 굳은 다짐까지도 잊혀진 그날에
정말 사랑했다 웃어줄 거야

일부러 멀리 돌아온 길에 어지러운 발자국
바람이 불어와 지워주기를 기다려 봐도
닿을 수 없었던 것들, 아쉽게 바라봤던 것들을
차가운 마음 속 깊이 묻고 바래져 갈 때까지
언젠가 색이 바랜 사진도, 눈물 젖은 편지도
없어진 그날에 너를 사랑했다 말해볼 거야
오랜 약속까지도, 굳은 다짐까지도 잊혀진 그날에
정말 사랑했다 웃어줄 거야

타임캡슐(Time capsule)

언제부턴가 내 생일이건 누구 생일이건
크리스마스건 발렌타인 데이건 새해 첫날이건
모든 날이 그날 그때 하루 사는 거지 뭐, 별 게 없네요. 정말 별 게 없네요

머릿속은 도파민이 필요하다 아우성
현실은 시궁창에 아드레날린만 합성
그래서 난 우울하고 집중을 못 하고 이렇게 사네요. 문제가 많네요

나만 이런 거면 나이 탓을 할 텐데
우리 몰래 세상에서 사라진 걸까
살아있는 느낌이 나는 날은

그땐 어디에 가서 누굴 만나도 밤새
벤치에 앉아 얘기를 해도
빨간 눈을 비비며 새로운 날을 맞이해도
그냥 그렇게 좋았는데

비틀거리며 집으로 오던 길의
만져질 듯한 초여름 밤의 향기
가슴이 저려 주저앉아서 보던 달빛
공짜였던 그 모든 것을 돌려주세요

이대로는 안 되겠단 위기감에 빠져
온라인 모임, 오프라인 모임, SNS에 빠져
손만 대면 바스러질 얇디 얇은 관계에 매달려봤지만
발버둥 쳐봤지만
아무래도 너무 멀리 와버린 걸까
그런 느낌 다시 느껴볼 순 없을까
살아있는 느낌이 나는 날을

이젠 여행을 가도 쇼핑을 해도 뻔해
차를 마셔도 술을 마셔도 지루해
얘기를 해도 농담을 해도 겉돌 뿐야
더는 두근거림이 없어

아침이 되면 일어나기는 해도
오늘이어서 끝나기만을 바라
기억마저도 희미해지는 그 시절의
공짜라서 살 수도 없는 것을
공짜였던 그 모든 것을 돌려주세요

공짜 마니아(Freebie mania)

창밖에선 금세 계절이 바뀌네
사람들의 옷차림도 가로수 잎의 색깔도
길가 식당마다 걸려 있는 새 메뉴의 종류까지
가을 따윈 없었던 것처럼

딴 세상에서 굴러떨어진 것 같네
모르겠네 뭐가 뭔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겨우 몇 주 동안 누워 있던 것뿐인데 이렇게도
낯설게 변해도 되는 건지

그 사이에 내가 놓쳐버렸을지 모르는
많은 것들을 찾을 길이 없고
친구들은 대체 뭐가 변했냐고 되묻지만
그대로인 게 하나도 없는데

사람들의 틈에 섞여 보려 해도
내가 느끼는 어색함 사람들도 느끼는 듯
혼자 다른 박자로 춤추는 사람을 보는 것 같은
묘한 눈빛 참기가 힘들어

딴 세상에서 굴러떨어진 것 같네
모르겠네 뭐가 뭔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겨우 몇 주 동안 누워 있던 것뿐인데 이렇게도
낯설게 변해도 되는 건지

예전에는 겨우겨우 견뎌왔던 것들도
몸이 뒤틀려 참을 수가 없고
내가 계속 여기 있어도 될지 모르겠어
그대로인 게 하나도 없는데

창밖에선(Out there)

꿈을 사세요 하나 사면 하나 더 꿈을 드려요
고장난 꿈이라면 바꿔드려요 그러니 걱정 말고
꿈을 사세요 비싸다는 생각은 하지 마세요
꿈이 없는 사람을 본 적 없나요 그 초라하고 흉한 모습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꿈을 사세요 이미 꿈이 있어도
꿈을 사세요 혹시 당신의 꿈이
죽어버려도
새 꿈이 있게

꿈을 사거든 잠시 숨겨 두세요
남이 보거나 가져가지 않도록
자라게 둬요 예쁜 싹을 틔울 때쯤엔
두 손으로 감싸 쥐고서
꿈을 보세요 이뤄지지 않았던
꿈을 보세요 현실과는 달라도
안아주세요
당신의 그 꿈을

물러주세요 저 번에 샀던 꿈은
날개가 돋아 날아가버렸어요


꿈을 사세요(Buy a dream)

오디션, 오디션!

수고 많으셨고, 잘 들었습니다
더 보여주실 건 혹시 없으시죠?
아주아주 잘 하시네요 이러기 쉽지 않을 텐데
소질이 있어요 이대로 계속 가시면

제 점수는요 빵점 드리겠습니다

엘레강스한 스타일 엑조틱한 아우라
이렇게 갖추긴 참 쉽지 않은데
흙 속에 숨은 진주 같은 
바위 속 다이아먼드 같은
느낌이 들어서 한 번 더 보고싶어서

제 점수는요 빵점 드리겠습니다

아 귀가 즐겁네 아 눈이 즐겁네
퍼포먼스가 이만하면 괜찮네
그 동안 우리 뮤직씬에 볼 수 없던 신선한 충격,
오늘 감사했고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제 점수는요 빵점 드리겠습니다
미안하지만 빵점 드리겠습니다
듣고 있느라 약간 힘들었습니다
말 지어내느라 너무 힘들었습니다
다시 만나도 빵점 드리겠습니다

다 같이 오디션 애매한 컨디션
다 같이 오디션 불가능한 미션

내 손 끝에서 춤을 추는 예쁜 인형이 되어 주렴
지치고 지쳐 쓰러져도 이 곳을 떠날 수 없어
제 점수는요 빵점 드리겠습니다


오디션(Audition)

무두절이라서 
머리가 없어요 일을 못해요 의욕이 없어요 
아무 것도 하기 싫어
아무 것도 하기 싫어 싫어 싫어 싫어

머리가 없으면 눈이 없어요 귀도 없어요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아무 것도 정말 모를 거야 모를 거야

자리에 앉아 있지만
마음은 벌써 먼 곳에

일년에 한 두 번 많아야 세 번 올까 말까
황금 같은 무두절 연휴보다 더 나아
평소엔 그렇게도 더디게 흐르던 시간
황금 같은 무두절 벌써 절반이 지나가

그냥 보내긴 아까워
자리를 떠나서 월급루팡을 해보지만

어차피 다가올 내일이 벌써 걱정이 돼
황금 같은 무두절 언제 또 다시 올까
평소엔 그렇게도 더디게 흐르던 시간
황금 같은 무두절 벌써 퇴근 시간이야
벌써 퇴근 시간이야
집에 가기 싫어

머리가 없어요 일을 못해요 의욕이 없어요 
아무 것도 하기 싫어
아무 것도 하기 싫어 싫어 싫어 싫어


무두절(A headless day)

지금이 몇 시인지, 여기가 어딘지
뽀얀 안개 같은 잠이 내 방에 가득 차
눈꺼풀 속에도, 콧구멍 속에도
조금만 더 자라, 더 자라며 스르륵 스며들어

그래, 조금 정도라면 아주 잠깐만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이러는 중에도 흐려지는 의식
놓치지 말자고, 말자고 몇 번을 다짐해도
안 되는데, 정말 이러면 안 되는데
일어나도, 몇 번 일어날 시간인데

흙에서 금을 얻는, 꽃에서 꿀을 따는
바다, 소금 얻는 마음으로
전부 모아, 이 잠을 모아 진한 잠을 만들어
5분만 더

5분만 더(Just five more minutes)

올해도 봄은 왔다 갔어
머리칼을 흔들고 간 바람처럼
먹기 전에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처럼
딴 생각에 빠져 걷다 들어선 옛 골목처럼
스쳐갔어. 그래도 생각해 보면
내 마음에 한두 개쯤 설레는 상처가
남아 있을지도, 없을지도 몰라

사십 대라고 봄을 몰라?
한 해 한 해 늘어가는 아픈 곳들
나날이 침침해지는 눈과 귀와
별일 없이 흘러가는 매일에 무뎌져 가도
봄은 달라. 리셋하고 시작하는 게임처럼
처음으로 입어보는 새 옷처럼
얼마 지나면 다를 게 없단 걸 알고 있어도

졸린 눈을 부릅뜨고 거리를 걸어
황사 속에 혹시 있을 향기를 찾다

눈 깜빡하니 왔다 갔어
머리칼을 흔들고 간 바람처럼
먹기 전에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처럼
딴 생각에 빠져 걷다 들어선 옛 골목처럼
스쳐갔어. 그래도 잘 찾아보면
내 마음에 한두 개쯤 설레는 상처가
남아 있을지도, 없을지도 몰라

사십 대도 이젠 얼마 남지 않았어
이런 꿈을 꾸는 것도 범죄라지만
나 모르는 새 왔다 갔길
어느샌가 흐트러진 머리처럼
손가락에 옅게 남은 향기처럼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서늘한 그리움처럼
왔다 갔어. 눈치채지 못했을 뿐
남겨뒀어, 한두 개쯤 설레는 상처가
아물었을지도, 아닐지도 몰라

왔다 갔어(came and gone)

맨발로 걸어요, 지옥의 마인필드 위를
앞서 간 친구들 하나둘 사라져 가도
돌아보면 언제나 몇 걸음 뒤
날 겨냥하는 총부리에
멈출 수도, 돌아갈 수도 없어
그래서 다시 난
맨발로 걸어요, 끝없는 마인필드 위를

약 기운이 돌며 두려움도 무뎌져 가
얼마나 더 이 길을 걸어가면 내 차례가 올는지
감각이 사라져 가는 두 발로
절뚝거리며 비틀대면서
맨발로 걸어요, 지옥의 마인필드 위를

앞서 간 친구들 하나둘 사라져 가도
돌아보면 뒤엔 날 겨냥하는 총부리
헐떡거리는 사냥개
그래서 다시 난
맨발로 걸어요, 끝없는 마인필드 위를

약 기운이 돌며 두려움도 무뎌져 가
얼마나 걸어야 내 차례가 올는지
이곳을 떠나
저 하늘로 떠날 수 있을지

맨발로 걸어요

지뢰 제거반(Deminers)

프로포즈 생각나니? 십 년 전 오늘쯤에
기억조차 나지 않는 작은 카페에서 구석자리에서

눈치 빠른 너는 벌써 어떻게 달아날까
고민하다 머뭇거린 그 짧은 순간에 너에게 말했지

프로포즈 좀 받아줘요 한 번만 날 믿어봐요
그 땐 나도 어렸나봐 그런 게 됐나봐 어쨌건 그 날 이후로
다시는 보지 못한 너 연락도 되지 않는 너
내 첫 프로포즈를 갖고 저 멀리 떠나버린 너

첫 입맞춤 생각이나 너에겐 닿지 않은
나 혼자서 말 못하고 너의 사진위에 날린 첫 입맞춤

그렇게나 좋았나봐 어떻게 됐었나봐
고민하다 용기를 낸 그 짧은 순간이 지금도 생각나

프로포즈 좀 받아줘요 한 번만 날 믿어봐요
그땐 나도 어렸나봐 그런 게 됐나봐 어쨌건 그날 이후로
다시는 보지 못한 너 연락도 되지 않는 너
내 첫 프로포즈를 잃고 아직도 혼자 있는
날 받아줘요 한 번만 믿어줘요
이젠 나도 지쳤나봐 잊어야 하는데 어쨌건 이런 밤에는
다시는 보지 못해도 연락도 닿지 않아도
나를 기억하지 않아도 아직도 보고 싶은 너

프로포즈(Propose)

바람 부는 쪽으로 고갤 돌리지 마요
이렇게 바람 부는 날에는
곱게 빗은 머리카락이 흐트러질라
이렇게 바람 부는 날에는

몸을 작게 구부리고 팔로 머릴 감싸 안고
바람 그칠 날 언제가 될지 몰라도
그냥 그렇게 기다려요

살다 보면 언젠가 매섭게 불어오던
바람도 잠잠해지는
그런 좋은 날도 있겠죠

바람 불어오면 서둘러 눈을 감아요
보고도 못 본 걸로 해둬요
궁금한 걸 참지 못하고 눈을 뜬다면
먼지 바람 눈에 들어와요

눈동자는 빨개지고 금세 눈물이 흐르고
그리고 또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서둘러 두 눈을 감아요

살다 보면 언젠가 무섭게 불어오던
바람도 잠잠해지는
그런 좋은 날도 있겠죠
아마 언젠가는 오겠죠

피바람(avoid the wind)

내가 살던 작은 집의 작은 창의 커튼을 열면
바쁘게 걸어가는 사람들의 신발이 보여
저 신발 위의 사람들은 어떤 표정들 짓고 있을까
쓸데없는 상상도 나름 피곤한 그런 하루의 시작

내가 살던 작은 집의 문을 열고 몇 걸음 가면
사람들이 붐비는 먼지 나는 거리가 있어
가끔 너무 외로울 땐 그 거리에 나가 보지만
길고양이마저도 나를 피하는 그런 싸늘한 세상

내가 살던 작은 동네는 몰라보게 변했겠지만
나는 그때 그대로 나이 몸무게 머리숱 말곤
아직 그때 생각을 해 마음 속 깊은 우물에
쓸쓸함이 고이면 그걸 길어서 혼자 취하던
나의 철없던 그 젊었던 시절


Down there

화기애애한 소리를 따라가 혹시 놓칠까 발걸음을 서둘러
문이 열리면 깔리는 적막 난 대화의 종결자
애매한 표정 굳게 다문 입술 다들 제각기 뭔가 바쁜 모습
비밀스럽게 오가는 눈빛 난 대화의 종결자

터미네이터가 나타났네 마른 입술을 축이면서
아는 거 들은 거 자기 관심 있는 것들
나불나불 나불라블라블라블라블라
눈치도 하나 없네 다들 왜 이렇게 갑자기 벙어리가 되셨나
즐거운 대화에 마침표를 찍어주는 대화의 종결자
넌 대화의 종결자

무슨 얘기로 그렇게 바쁜지 핫한 이슈에 내가 빠질 순 없지
센스 있게 한마디 쓰자마자 찬물을 뿌린 듯
다들 갑자기 어딜 가는 건지 하나씩 둘씩 사라지는 사람들
나의 센스에 말을 잃어버린 채팅의 종결자

터미네이터가 따라왔네 누가 이 방에 초대했어
다른 날 다른 방 다른 앱에서 만나요
터미네이터가 절대 눈치채지 못할 곳에
눈치도 하나 없네
벌써 몇 번째야 이제 좀 알아차릴 만한데
즐거운 채팅에 마침표를 찍어주는 대화의 종결자
넌 대화의 종결자

대화의 종결자(The terminator of conversations)

발목 잘린 채로 한가롭게 봄나들이 가요
휠체어 타고도 갈 수 있는 동네 공원에도 
봄이 왔네요
비틀비틀대며 꿋꿋하게 봄나들이 가요
불안한 마음에 돌아보면 웃어주는 엄마
발목 잘린 채로 맞이해야 할 그 많은 봄은 
어떡하나요

그다지 멀리 가진 못해도 돌아올 길이 걱정이 돼도
봄 햇살이 벌써 따갑게 느껴져도 주름살이 깊어진 엄마와 난

발목 잘린 채로 한가롭게 봄나들이 가요
돌아오는 길엔 오랜만에 짜장면이라도
휠체어 타고도 갈 수 있는 동네 공원에도 
봄이 왔네요

발목잽이(Ankle cut)

요것 조것 고민해 보나 마나
이모저모 잘 따져 보나 마나
이모 고모 다 물어보나 마나
알 듯 말 듯 잡힐 듯 말 듯
이것저것 해보려 하나 마나
여기저기 바쁘게 가나 마나
24/7 땀 흘려 보나 마나
돌고 돌아 다시 또 제자리
하나 마나 보나 마나 도돌이표 같은 하루
오나 마나 가나 마나 돌고 돌아 제자리

보나 마나 난 정말 보나 마나
모르는 게 난 너무나 많아
사나 마나 누워서 자나 마나
돌고 돌아 다시 또 제자리
흘러가나 고여있나 왜 자꾸 웃음만 나나
이런 노래 이상하나 하나부터 열까지

보나마나(Bona mana)

화난다고 화내면 화나요 웃음이 나 웃으면 웃어요
감정은 전염병 순식간에 퍼져가는 전염병

억울해서 울리면 울어요 고소해서 놀리면 놀아요.
감정은 고무공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고무공
작은 감정들이 번져가고 튀어 올라
어디 가서 뭐가 될지 알 수 없는 고무공
순식간에 퍼져가는 전염병

짜증을 내고 나면 짠해요 질투를 하다 보면 질려요
감정은 반사경 다시 내게 돌려주는 반사경
너그럽게 봐주면 너구리 용기 있게 나서면 용가리
감정은 생명체 살아나서 숨을 쉬는 생명체
날린 감정들이 다시 내게 돌아오고
살아나서 뭐가 될지 알 수 없는 생명체 다시 내게 돌려주는 반사경 
순식간에 퍼져가는 전염병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고무공

즐거울 땐 마음껏 즐겨요 사랑할 땐 솔직히 말해요
감정은 반딧불 반짝이다 사라지는 반딧불
그리울 땐 그림을 그려요 지루할 땐 소리를 질러요
감정은 풍선껌 불다가 보면 터지는 풍선껌

잠시 반짝이다 어느샌가 빛을 잃는 반딧불
부풀었다 터져버린 풍선껌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고무공
살아나서 숨을 쉬는 생명체 순식간에 퍼져가는 전염병

고무공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고무공
풍선껌 불다가 보면 터지는 풍선껌
반딧불 반짝이다 사라지는 반딧불

감정은 전염병(Feelings are viral)

저 불꽃으로 반짝이는 점으로
멀어져 가는 네게 손을 흔들어 줄게
별들을 향해 날아가다 지칠 때
한 번쯤은 돌아봐

가지 않을 거라 다짐했지
오지 못할지도 모를 여행
수많은 사람들 틈에서 서서
마음 졸이진 않을 거야

이상한 꿈을 꿨지
카운트다운이 멈추는 꿈을
로켓 문을 열고 나오는 건
네가 아닌 낯선 사람

가지 말란 얘기도 못 하고

불꽃이 되어 하늘의 점이 되어
멀어져 가는 네게 손을 흔들어 줄게
별들을 향해 날아가다 지칠 때
한 번쯤은 돌아봐
꽃이 되어 내 마음 속 별이 되어
멀어져 버린 네가 돌아오는 날까지
별들을 보며, 마음 속 너를 보며
오늘 밤도 기다려

케이프 커내버럴의 안녕(Farewell at Cape Canave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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