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 대학생일 때 어쩌다 찾아낸 행운같은 이 트랙...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아직도 사운드클라우드에서 가장 좋아하는 트랙이에요. 그동안 곡들이 더 올라왔네요. 웹사이트도 걸어두셨네요. 어떤 분인지 항상 궁금했는데 글도, 일기도, 사진도 너무 멋집니다. 얼굴도 모르지만 오랫동안 위로가 되어주었던 목소리 고맙습니다.

푸름아 너는 어디로 사라졌나요
내 방엔 여전히 너의 아가베 사진이 있고
침대에서 눈 뜨면 늘 보이는 곳에 있어
잘 지내고 있길 바라

그대로 뒤돌아 
아무일도 없단 듯이 
널 처음 만난 것처럼
늘 그랬듯 지나가
발길이 닫는 곳으로 
널 처음 보는 것처럼

How are you today
지나 가는 말을 듣기에
꽤나 얼굴에 미소 짙게
별일 아니라며 다닌다고 하더라고
How are you today
얼굴 붉히며 싸운 그때
기억 안나나봐 좋네
난 아직 그 시간에 살고있어

하나 둘 셋 기억이 흐려져
내 마음에 상처가 아물다
또 다시 깊숙히 베어버리면
어떻게 잊어 낼 수 있을까

그대로 뒤돌아 
아무일도 없단 듯이 
널 처음 만난 것처럼
늘 그랬듯 지나가
발길이 닫는 곳으로 
널 처음 보는 것처럼

밤 과 밤 사이에
둘러 쌓인 어둠에 잠기네
거짓말
차라리 듣기에 좋았더라고 생각이 바뀌게
간단한 일에 사무치게 낯선감정을 느낄때
그 다음 너의 위치가 어디인가 생각하는 습관도 
고칠게

그대로 뒤돌아 
아무일도 없단 듯이 
널 처음 만난 것처럼
늘 그랬듯 지나가
발길이 닫는 곳으로 
널 처음 보는 것처럼

처음 만난 것처럼

나는 사라질 것들을 적어내렸고 너는 사라지지 않을 것들을 적어내렸다. 그 후 두 사람이 작성한 목록에 겹치는 단어가 있는지 맞춰보았다. 애초 일부러 겹칠 것 같은 걸 적어보자 말했던 터라 다소 어거지를 부리며 끼워 넣은 낱말들이 대다수였다. 시간, 시간이 왜 사라져? 너가 말하는 사이에 사라졌잖아. 꿈, 꿈은 왜 사라져? 꿈은 사실 꾸고 나면 까먹는 이유가 꿈나라로 날라가서 거기 도서관에 꽂히기 때문이래. 시작은 사뭇 진중한 마음이었으나 목록을 써내려가면서 체력도, 어떤 영감도, 하루 몇 분 정도는 진지해지고 싶은(그래야 할 것 같은) 마음도 다 써버렸기에 대화는 우스워졌고, 오히려 누가 더 우습게 대답하는지 승자라도 갈리듯 변질되어갔다. 너무 웃으면 뒷목이 매캐하니 당기는 나와, 졸리고 배고파하는 너만 네가 사준 소파 위에 남았다.
 나는 굳이 우리 같은 건 쓰지 않았다. 분위기를 망칠 필요 없으니까. 우리는 분명 사라질 것이다. 널 사랑하던 나도 벌써 그만큼은 사라졌고 내 안에 너도 어느 정도 사라졌고, 사라져갈 것이며 네 안의 나도 날 만난 너도, 사실 우리라는 말만큼 사라지기 쉬운 말도 없다 싶었다. 나는 사라져가는 우리를 충분히 느끼고 있었고 너도 그렇다는 건 굳이 싸우지 않아도, 작은 말 한마디에 실망하지 않아도, 하물며 서로에게 안부를 물으며 전화를 닫으며 사랑한다는 인삿말이 귀에 미처 닿아 있을 때조차도 느낄 수 있었다.
 너는 다소 애교 어린 글자와 작은 하트도 함께 달아 우리라고, 굳이 적었다. 나는 귀엽다고 느낌과 동시에 어딘가 깊은 곳에서 짜증이 올라옴을 느꼈는데 대체 왜 느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아주 모르지는 않아 그 사실이 더더욱 짜증 나버렸다, 너가 아닌 내가, 그치만 너에게. 우리, 우리는 왜 안사라져? 나는 앞서 말했듯 분위기를 망칠 생각이 없어, 그러나 분명 내 목소리가 어색함을 느끼며 물었다. 우리는 사라지지. 당연히 사라질거야. 너가 말했다. 근데 왜 썼어?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을 만큼 널 덜 사랑하는 내가 물었다. 우리가 사라질 거란 걸 깨닫고, 우리가 사라지는 게 당연하단 걸, 마음이 건강하면 그럴 수 있단 걸 진심으로 알 수 있으면, 우리는 사라진 뒤에야 정말로는 사라지지 않게 될거야. 아, 너는 아직 진지할 용기가 남아있었구나, 두 눈을 빛내며 내게 대답하고는 쑥스러워졌는지 사라지지 사라지지, 사라지지라고 세 번 되뇌어 말하곤 계속 말하니까 어감이 이상해 하고 웃었다.
 지금 우린 사라졌고 사라진 뒤에야 정말로 사라지지 않는 네가 남았다. 나는 네가 복잡하게 꼬아 말한 문장이 추억이란 두 글자로 쉽게 치환될 수 있다 믿었으나, 이내 길게 길게 풀어 날 알아준 널 함축시킬 수 없단 걸 알았다. 나는 네가 사라진 뒤에야 너를 영원히 알았으나, 우리라는 말은 우리가 아니고선 쓸 수 없단 것도 이젠 알았다. 우리라는 말은 사라짐에 포함되는 게 맞고, 너는 내게 사라지지 않음이 옳다.


[CREDIT]

Album Art by 유민희, 「우리의 나뉘어진 도형들이 만들 풍경」 (acrylic on canvas, 2022)
Written and Arranged by 문학
Mixed and Mastered by 문학
Guitar 문학
Bass 파나마료브 다니엘

어떨 것 같아 (we won't be)

Butterflies - Johnny stimson

이윤재 - Sunshine In The Midnight

Lighthouse

Nr. 224 der Pianosongs in Leadsheets von Claus Recktenwald (www.fewnotes.de)

Lass es so steh'n

1집 나랑 갈래

우리 사이에

지나간 시간들은 
아직도 내게 잔인해 
내 몸은 하릴없이 
하루하루를 견뎌네 
Good Bye 난 내안의 날 
Good Bye 날 없게해 
Good Bye 난 내안의 날 
Good Bye 날 없게해 

지나간 시간들은 
아직도 내게 잔인해 
내 몸은 하릴없이 
하루하루를 견뎌네 
Good Bye 난 내안의 날 
Good Bye 날 없게해 
Good Bye 난 내안의 날 
Good Bye 날 없게해

푸른새벽 - 푸른자살

이영훈 님의 '비 내리던 날'입니다.

본 커버곡은 원작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게시되었음을 밝혀둡니다.
그에 대한 양해를 구하며, 원저작자 및 관계자의 요청이 있을 시엔 즉시 삭제됩니다.

비 내리던 날 - 이영훈 (cover)

노푸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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