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그쪽 몰라도 알 것 같아요. 느낌이 그래요."
영화 번데기 o.s.t 중

그럼 내일 여기로 와요

일감호에 디아

남겨진 것들을 사랑하기로 해

어쩐지 주저하게 되는 마음이나 두드려가며 만든 표정처럼, 눈물에 젖고 마르길 반복했던 얼굴은 아마도 점점 단단해졌을 것이고, 제각각의 주름이 만들어졌을 거예요. 우리가 우리에게 남겨진 것을 생각할 때, 자신이 어떤 존재인가를 새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 같아요. 나에게 남겨진 것과 당신에게 남겨진 것이 서로를 알아볼 때 사랑이라는 것은 시작될 수 있고 우리의 지난 시간들이 그리 헛된 것은 아님을 알게 됩니다.

이제 이 마지막 곡이 끝나면 우린 다시 원래의 삶, 아니 어떤 생활이나 생계같은 것을 돌아가겠지요. 고되고 외롭고 허무한 일상이지만, 그래서 더 아름다웠다 말할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친애하는 당신에게

-
먼 길을 달려 도착한 것의 이유를 나도 모르겠다 적고
먼 길을 달려 도망친 것의 이름은 그저 모른 척하네

해가 지는 곳으로 나를 데려가줘
사막이 우는 소리를 들으면서 눕고 싶어

비가 올 것 같아 별은 보이지 않겠지만
의미없다하진 않아 그대로도 아름다웠다 말해줘

먼 길을 돌아 마주한 것이 더러운 손과 흉터뿐이라도
고장난 내가 쉴 수 있는 네 눈 아래 작은 그늘을 펴네

해가 지는 곳으로 나를 데려가줘
사막이 우는 소리를 들으면서 걸어가고 싶어

비가 올 것 같아 별은 보이지 않겠지만
의미없다 하진 않아 그대로도 아름다웠다 말해줘
안녕 모두
행복이라할 순 없지만 그대로도 아름다웠다 말해줘


Narr. 민수민정
Vocal. 민수민정

서쪽으로

방 안의 맘모스 2_Ground Zero

방 안의 맘모스4_어쩌면 너의

방 안의 맘모스1_잘못 온 편지

방 안의 맘모스5_돌탑

방 안의 맘모스3_계단

자기야 난 낡아버렸고 의미를 찾는데에 또 실패했지만

자기야 우린 지쳐있고 지구 반대편에 떨어져있지만
단지 바다에 해가 지고 바람이 불 때에 자기 모습을 봐

더딘 봄을 못 기다리고
멀리 도망쳤지만 이제 알아

우리 반대의 계절을 걸어도 찰나의 거리죠 영원으로 걸어가요
서로 다른 별 아래에 있어도 사랑을 믿어요 생애라는 시간 너머 영원

자기가 사랑시라면서 외로움에 관한 경전을 써온 날 
자기와 오래되어보고 싶다고 꿈꿨네 그게 뭔지도 모른채로

우리 반대의 계절을 걸어도 찰나의 거리죠 영원으로 걸어가요
서로 다른 별 아래에 있어도 사랑을 믿어요 생애라는 시간 너머 

영원한 마음을 줄거야
내 선사를 줄거야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감정을
모은 문장을 줄거야
새 이름을 줄거야
상상할 수 없는 시간 끝에
바스라진 언어와
당연했던 바다가
모두 사라지고 빛만 남을 때
그 별 빛을 줄거야
긴 흔적을 줄거야
모두 사라져도 시간 너머 

영원




영원

07 여자친구 없는 노래

괜찮다고 어쩔 수 없는 일이 있다고
누구도 널 원망하지는 않을 거라고
오히려 울먹이는 내 등을 토닥이다
마침내 울음으로 터져나오는 이 마음

함께할 수 없는 너를 가슴 깊이 끌어안고
흘리네 너를 그리며
가슴 시린 날들 끝에 함께 웃으며 보자고
부탁해 다시 봄이 오면
부탁해 다시 봄이 오면

이해할 수 없을 나라서 가슴아파도
조그만 위로라도 되기를 바라면서
온 맘으로 감싸는 작은 어깨의 네 모습


반짝이던 스무살의 한 페이지 속에
너를, 너를


괜찮다고 어쩔 수 없는 일이 있다고
너만이 널 미워하지 않으면 된다고


@소리나래 2012년 1학기 작은 음악회

다시 봄이 오면

배고픈 늦은 밤 울음을 참아내며
취한 채 쓰러진 나를 찾는 너

같이 울기 위해서 우리 사랑한 건 아니지만
미안해 네 손 잡아줘야했는데
함께 하기 위해서 견뎌내야할 게 너무 많아
조금만 더 날 기다려줘

나로 인해 네가 더 외로워진 걸까
빛이 되어 주기엔 미약한 내 마음


언젠가 너와 함께 별빛 아래 나란히 누워
괜찮다고 이젠 내가 너의 곁에 머물거라고
가만히 네 차가운 손을 잡고 눈을 맞추고
말할게 고백할게 내 진심을 사랑한다고

_신달자 作 "늦은 밤에" 에서 가사 일부 인용

진심(with 용필용필)

너는 멍하니 앉아있어 이불은 괜히 돌아가고
무엇의 꼬투리를 잡아야 할 지 몰라 울지도 못한 채
세상이 어두워지는만큼 형광등 빛은 창백하고
불빛이 깜빡일 때마다 네 그림자만 진해지는데

무엇을 잃어버렸나 무엇을 그리워하는가
출처를 모를 향수에 괜히 숨을 참아보네

사랑하던 사람들은 다음 챕터로 투신하고
다음 차례는 너라고 누가 꼭 말하는 것 같은데

그냥 잠이 안 와서라며
불면증 때문일거라며 퉁 쳐버려

불면의 빨래방

셋과 하나, 또는 둘과 셋. 그리고 셋.


나는 얘와 걔의 사이에 꽃다발을 놓아줄 수 있는 인간인줄 알았지만 걔도 얘도 나도 모두 그런 것에는 관심도 없는 사람들임을 이제는 안다. 우리는 너무 많은 대화를 나누다가 지쳐 떨어져나갔다. 그것도 아주 다양한 자세와 마음들로. 대화의 백덤블링, 대화의 물구나무서기 같은 것들을 나는 실시간으로 보았다. 지쳐 있는 사람들을 붙잡고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을 풀어 놓았다. 우리의 무릎이 닿아 있는데도 마음으로는 그 어떤 것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란 건 얼마나 서늘한 것일까?

우리는 특히 술에 취약한 인간들이었는데 그래서인지 갑자기 술을 마시면 엎드려서 자는 만행과 우는 것은 기본, 헛소리는 옵션, 그리고 갑자기 다짐 따위를 하게 된다. 그건 올 해 내가 한 다짐 중 최고로 경솔한 다짐이었다.

사다리를 놓아준다는 것은, 누군가의 연결고리가 된다는 것은, 자꾸만 서로의 욕심들을 여과 없이 들여다보는 과정으로 느껴지곤 한다. 욕망 같은 단어를 써도 되는 것일까. 그들의 욕망들을 옆에서 지켜보던 나는 쪼그라드는 기분이 들곤 했다. 상당히 쉽게 쪼그라들곤 했는데..

그건 아침에 일어나 메신저를 켜면 300+가 있을 때부터 시작했다. 

약간 두려워져서 할 말을 잃을 때 쯤 나의 기분을 말할 수 있는 찰나의 시간이 주어졌다. 나는 대체로 여기서 의견피력 보다는 기분피력을 주로 한 편인데.. 어쨌든 피력의 의미는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털어 놓고 말 하는 것이니 대충 의미는 맞아 떨어진다. 그러나 내가 그들 사이에서 가장 자주 했던 말은

오늘은 소주 마시면 안 되겠지?

같은 것들이었다.

그럼에도 내가 그들을 갑자기 이해하고 싶어진 것은 처음으로 우리가 어떤 글을 주고받았던 날인데, 이렇게 말하면 과장이 확실하지만 그래도 과장 하고 싶다. 가히 충격적인 시간 이었다. 누군가를 이해하려는 마음이 든 날 나는 그 마음의 결을 조금은 다듬고 싶었다. 이건 과연 옳은 마음일까? 하는 질문에서 시작된 다듬기였다. 아니다. 옳은 마음이라는 것은 이 세상에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그 때부터 서로에게 끈질긴 질문을 하게 된다.

그 때의 너는 어땠어?
이 문장을 쓸 때의 기분은 괜찮았어?
여기에 쓰여 있는 장소는 어떤 곳이야?
이런 마음들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어?

천천히 한발자국씩을 내딛을까, 말까를 고민하던 우리가 전력질주를 하는 순간이었다.


그런 질문을 하는 눈동자 안은 알 수 없는 확신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너를 이해하고 싶어. 나는 너의 어떤 부분들을 알아채고 싶어. 나는 네가 모르는 그 모습까지도 사랑하고 싶어. 이 말들을 눈 안에 담은 사람들을 옆에 두고 있자면 나는 가끔 눈물이 그렁그렁 해지곤 했다.

아니다. 이건 거짓말이니 삭제해야 한다. 그렇지만 울고 싶은 기분이 되는 것은 맞았다.

그런데 이러한 질문만으로는, 흔적같이 느껴지는 언어들 속에서는, 마음만 앞서나간 이해심과 이기심 사이에서는 나는 얘와 걔한테 자꾸만 생채기를 내고 있었다. 어딘가에 미끄러져 무릎이 까진 그들을 나는 가끔 모른 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우리가 서로를 일으켜 주지 못하기 때문인데, 그건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서로를 일으키려고 다가가는 순간 우리는 똑같이 다시 미끄러질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방법으로, 상처를 조금이라도 덜 내기 위해서, 보여줄 수 없는 마음들을 끄집어내기 위해서 애를 썼다. 

파고들고 
일어서고 
미끄러지고 
올라서고 
주저앉고 
매달리고

우리는 절벽 끝에서 미끄러지는 서로를 향해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글, 낭독 신민영

Min Soo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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