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널 사랑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로 했어 그냥 그렇게 생각해야만 내가 덜 비참할거같아서

안녕 오랜만이야
어떤 관계든 끝맺음을 잘 해야 한다고들 하는데 가장 소중했던 너와의 관계를 제일 성급하게 끝낸 것 같아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 아마 너도 나도 서로 새로운 연인이 생기고도 좀 지났으니 말야 아마 그 여자앤 우리가 그렇게 되기 전, 네가 나한테 얘기 한 번 했던 애가 아닐까 싶어 처음엔 놀랐어 연락을 끊은 지 일주일 밖에 안 됐었으니까 네가 나 말고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 사람과 있을 때 웃는다는 걸 상상할 수 없었는데 이젠 아무렇지도 않네 12월엔 너한테 연락해서 제대로 관계를 다시 끝내는 게 맞나? 싶었어 네가 꿈에 나오기도 했었고 그대로 24년이 지나가면 정말 우리 관계가 끝이라는 게 실감이 날 것 같아서 믿기지가 않더라 그래도 이번엔 안 했어 우린 이대로 끝나는 게 맞는 것 같아서 오랜 시간이 흐르니까 내가 널 사랑했다는 사실도 잊혀지더라 전엔 그저 묻고 가는 거 말곤 할 수 없었는데 정말 널 잊을 수가 있더라 신기하지? 너도 그렇게 느낄 거라 생각해 우린 너무 어렸고 그만큼 아무것도 모른 채 서로 사랑하기만 했으니까 이별이 꽤나 아팠는데 결국 다시 괜찮아지는 걸 보면 사랑이 무섭기도 해 이 앱을 네가 알려줬었고 그 뒤로 노래는 계속 이거로 들었는데 이젠 안 쓸 거라 이렇게 남겨 네 덕분에 16, 17, 18, 19 버텨낼 수 있었어
잘 지냈으면 좋겠다 고마웠어

그때 너와 나는 너무 다르다고 생각했다. 항상 그랬지, 나와는 달리 세상을 조금 더 너그럽게 바라봐주는 너의 눈이 좋다고. 지금도 여전하다.
모든 걸 너무 무겁고 어렵게 받아들이고 어떨땐 스스로가 너무 미련하다싶을 정도로 꾹꾹 참아내는 내가 싫어지려 할때즈음, 너를 알게 된 나는 새로운 숨을 쉬게 된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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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만나고 나는 참 많이 변했다. 장난이 늘고, 더 많이 웃었다. 주위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들보다 왜인지 조금은 두발이 땅에서 떨어진 느낌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나의 정신이 스스로 변하고 있음을 먼저 깨우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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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만나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껴보는 감정들을 마주했다. 어떤 날은 벅차도록 행복했고, 어떤 날은 하루종일 마음이 어지러웠고, 어떤 날은 ’또 한번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아쉬워하며 오랬동안 너의 눈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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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도 말한적은 없지만 너를 만나며 나는 글을 참 많이도 썼다. 미처 너에게 다 보여주진 못할지 몰라도,  그날의 우리의 추억을 이야기로 남겨두고 싶어서이기도 했고, 그날 느꼈던 나의 감정은 어쨌든 두번 다시 똑같이 느낄 수 없으니까. 여기저기 기억을 남겨두고 곳곳에 묻혀두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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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묻지 않은 기억은 없으니까 조금은 변하더라도, 잊혀지지 않고 다시 꺼내볼 수 있기라도 했으면 했다. 
그렇게 소중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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