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97년 8월 18일 세시 되기 일분 전에
머리가 엄청 크고 사키로가 넘게 나가더래
외할머니 초최해진 엄마 못 알아봐
머리 커서 낳다 얼굴이 다 변했다더라

그 커다란 머리에 뭐가 들어있는지
호기심 생기면 다 해야했대 뭐든지
양치 한번 한시간 걸렸어 삼켰어 건전지
콜록콜록!

들어가게 벗으라는 엄마 말에
팬티까지 벗고 달랑달랑 식당을 달렸네
엄마 당황해 어떻게 저런게 튀어 나왔녜
잘 달리다 넘어져 머리가 너무 무거웠네

학교 갈 때는 야구장비 전부 다챙겨
점심시간 축구장 복판을 야구공으로 채워
교장실 찾아가 매일 부탁했던 야구부
창설은 거절, 그땐 그게 그렇게 미웠어

창고에 주전자 박치기로 박살내
근데 담임이 휘두른 읽기책은 못 박살냈지
(아 교실 가서 열어보니 반쯤 찢어졌네?)
그때 알았지 이 세상은 날 못 감당해

엄마도 어쩔 수 없는 세상의 일부 인가봐
중1 여름방학 어학연수 바다건너 어딘가
딱 봐도 구린 이 곳이 너무 좋아 보인다 말해
여기가 너한테 너무 도움 될 거라던 말에 남기로 해



흥많고 고집세던 내 인생 회전목마
돌아가기 시작해 어디로 튈지 매번 몰라
사는게 마음대로 되는게 아닌걸 난
꽤나 긴 시간에 걸쳐 배우지만서도

누가 알았겠어 그 사이 눈밭을 굴러
아직 기다리고 있어 한 띠의 세월 둘러, 
아마 한번, 두번 몇번은 두를 것 같아
엄마가 흘린 눈물 의미를 쓸어 담아

맘대로 사는게 태생이야 계산대로
살아갈리가 없지 좀 지나 매일 밤이 되면
열정 가득했던 세상 내려놔 한시름
내 방에 에어컨이 바깥 세상도 삼키는

시간이 맞춰지면 나와서 내 발길은
단골 맥주집, 간판은 밝혀 밤길을
맥주한잔에 돌아봐 세상에서
내가 존재하는 과정, 뻗어가는 가지에서



넓디 넓은 세상에 점으로 태어나
선 긋고 싶었지만 봄이오고 다 녹아
전부 사라져 버린 눈 밭 위 흔적과 
다가올 황폐함은 겁나 이건 본능인건가

그때 엄마의 눈물 잘이해는 못했지만
고갤 끄덕였어 이끌린 듯 어딘가
선풍기 바람에 꾼 눈밭 구르는 꿈이 날
이끌었었지 큰 챕터 새로운 길과

그때 엄마의 눈물 잘이해는 못했지만
고갤 끄덕였어 이끌린 듯 어딘가
선풍기 바람에 꾼 눈밭 구르는 꿈이 날
이끌었었지 큰 챕터 새로운 길과

Geb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