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mple by:ABP 088,Paolo Fresu & Uri Caine-Darn That Dream
내가 샀던 3명의 선인장중에 아직 한마리가 죽지않은걸 보고나서 오랜만에 추억을 들춰봤다.


좋아해요

내 맘은 늘상 기댈 곳을 찾아 헤매었고
밖에선 안을 안에선 밖을 그리워 했네

이젠 시절이란 말이 어색하지 않아졌고
시덥잖은 농담에도 웃지 못하는 사람이 됐네

어디부터 잘못된 걸까
여전히 난 알 수가 없네

너무 늦었다고 말하진 말아줘
어색함에 또 다시 바보처럼
도망가버릴지 몰라

아직도 세상을 모른다 말하진 말아줘
어느 날
언젠가
난 아주 먼 곳으로 갈거야

-

로터리(demo)

어느 한 해는 홀로 울어야했고 
고개를 돌려도 마음둘 곳 없었지 

어느 한 해는 나도 나를 몰라서
하릴 없이 거리를 쏘다니곤 했었지

난 여전히 아니 어쩌면 영원히
어리고 미련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한때의 나였던 오늘의 당신과
마주친건 우연이었을까? 


어느덧 나는 스물 여덟이 되었고
그렇게 싫다던 어른이 되었지

이제야 나는 날 좀 알 것 같아서
하릴없던 그때를 마주하려 한 걸지 몰라

건방진 사람

소년, 소녀(demo)

-

어쩌면 우린 같은 지붕 아래
살던 고양이나 강아지가 아니었을까?

그렇지 않고서야 이리 낯익을 리 없지
거 참 운명 같은 우연이구나

어쩌면 우린 예쁜 정원에
핀 꽃과 흰나비가 아니었을까?

봄바람에 일렁대며 날아온 뒤에
아름답게 피어날 그런 사이였구나


언젠가 가을이 다가오면
시들어 떨어질 마음일까

그래도 영원히 우리는
함께이지 않을까?


오, 너는 나를 작고 귀여운
첫사랑이란 말로 적어두겠다 했지만

아, 나는 조금은 낯간지러운 이름으로
너를 불러도 좋을까?


운명이라 여겼다가
우연이 되어 사라지는

영원이라 믿었다가
잠시 머물고 떠나가는

겨울을 피해 도망 왔다
봄이 그리워 돌아가는

꽃잎 끝에 머물다가
향기로 남아 사라지는

소년, 소녀(demo)

철없게 뛰어나간
그 어여쁜 꽃밭엔

새빨간 노을이고픈
푸른 새벽이 있었네

오랜만에 찾아간
그 서럽던 꽃밭엔

낯익은 소년이
내게 손 흔들며 인사를 건넨다





안녕,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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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날 때 안녕과 헤어질 때 안녕은 왜 똑같이 안녕일까요?
당최 모를 노릇입니다.

안녕, 안녕

............................................................................................

제복을 입으니 예쁘군요

당신도 멋져요

뭐 좀 먹을래요?

아뇨....내일 일찍 비행이 있어요

언제 오죠?

몰라요. 이번엔 길 거예요

비행하는 틈틈이 편지해 줄래요?

보내도 읽지 않을거잖아요!

.
.
.

물어 볼 게 있어요. 이런 티켓으로도 비행기를 탈수 있나요? 날짜는 오늘이고...장소는 몰라요. 어딘지 알아요?

몰라요...다시 한 장 주죠

좋아요

어딜 가고 싶죠?

'아무데나, 당신 좋은 곳으로'

............................................................................................

창밖을 보니 꽃잎이 많더군요.
생경했습니다.
방안에도 피면 좋으련만

좋아해요 pt.2 (나른한 사색)

prod by totoshi emile
영화 '셔틀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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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한 건 있고 말 안 한 건 없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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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위로 떠오른 각자의 밤들.
끝내 알지 못했던 마음들.
창문으로 네모난 아침이 솟았고 난 오전 내내 쓰러져 울었다.

좋아해요 pt.3(새빨간 거짓말)

요샌 날이 좀 추워졌습니다.

여름도 가나봅니다.

집에 가는 길이 쾌적하여 기분이 좋습니다.

아.
당신이 좋아하던 하룻 밤을 5만원어치나 샀습니다.

연서

너의 머리칼

낯익은 향

그 새하얀 목덜미가

난 좋아

-

유서

2015년 10월 29일 오후 9:03,
2015년 10월 29일 오후 9:03, 
2015년 10월 29일 오후 9:03, 
2015년 10월 29일 오후 9:04,
2015년 10월 29일 오후 9:04, 
2015년 10월 29일 오후 9:04,

2015년 10월 29일 오후 9:06,


2015년 10월 31일 오후 1:32,
2015년 10월 31일 오후 1:32,
2015년 10월 31일 오후 1:32,
2015년 10월 31일 오후 1:32,


2029년 01월 22일 오전 4:48,


-
서른 네 살의 저는 건강이 좋지 않습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여전하지요.

주소를 적습니다.
한번 방문해주십시오.
그 시일이 먼 훗날이었으면 합니다.

*부디 안녕하시길

_알수없는문서_201_10809;11187762

치밀하게도 서러운 밤
그 언젠가 당신과 나눈 대화는
가망 없는 꿈을 꾸던 날 아프게 하였네

-

서른두 걸음을 걸어 도착한 자판기 앞에서 demo

목소리를 허락해준 이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삶의 형태

당신의 동네는 낡은 곳
나무로 된 가로등과 철길 건널목

당신의 동네는 낡은 곳
흐린 날이 개면 비가 예쁘게 고이던 곳

헌책방을 지나 한적한 공원
이상하리만큼 낯익은 풍경

산책을 떠나 돌아올 줄 몰랐던 그날
우리 향기는 청포도 빛깔

신이문

"가끔씩 나도 내가 불쌍할 때가 있어."

​

"그렇구나."

제목없음

photo by @meommu


민들레의 땅

-

나의 몸이 바람에 실려
정처 없이 떠돌아다녀도

그댄 부디 걱정하지 마요
언젠간 이 세상이 나로 가득 찰 테니


난 욕심 없어요
내 두 발을 묻을 곳
그거 하나면 더 이상 바랄 것도 없어요

그댄 지금 안녕을 이별이라 적겠지만
그 눈물 멎고 나면 출발이라 고쳐 써줘요.


난 어디까지 갈까?
나를 사랑해 줄까?

-

그냥 시끄러운 노래를 만들고 팠어요.
다음에 또 봐요.

윤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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