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우린 사랑하지 않은걸지도
난 많이 힘든데 넌 그렇지 않은걸 보면
어쩌다보니 만났던거야
우리, 운명은 아니었던거야
영화 속 연인도 아닌거야

정말로 넌 날 사랑을 하지 않은건가
그때 너의 그 모습은 그렇지 않았는데
그냥 널 만나 바라보기만 했을뿐인데
나 혼자만의 사랑은 막을 내렸어

그냥 널 바라보고 웃고 있는게아닌
안아줬다면 달라졌을까..

이별한 겨울의 연인들이 계절을 지나 봄이 될 때, 
언어로 온도를 높여서 봄의 꽃과 함께 다시 피어나는 이야기.

사랑이란 말은 어디에서 왔을까
어느 책에선가 읽은 '사랑의 어원'. 

어쩌면 사랑이란 것도 날, 내 감정을 
섬세하게 시작해. 

한껏 흐드러지게 피다가 
일순간 꽃비를
흩뿌리며 사라지는 벚꽃이,

짧은 우리의 인생과 
닮았기 때문인지도 몰라 

우린 이야기꽃을 피워,
끝없이 넓은 단어의 바다에서 

내려앉은 꽃잎 따라, 
하나의 계절이 가고 있어
우린 늘, 다시 시작해 

계절의 틈새, 겨울의 한기, 
너의 언어의 온도가

눈물은 기억과 마음에도 있어.
눈에만 있는게 아닐지도 모르지 

슬픔은 사라지지 않는 그림자,
눈물로도 없앨 순 없어. 

우린 이야기 꽃을 피워,
끝없이 넓은 단어의 바다에서 

아물지 않는 그리움,
가슴을 헤집고 돌아다녀. 
한 줌 눈물을 흘리지만, 

차가운 온도의 언어도 
따뜻하게 변할 수 있어. 

겨울이 지나 다시 봄이 오는 것처럼 
언어로 온도를 높여야 해, 

우리 다시 피어나자

언어의 온도(2022)

오 나를 다 잊은 건가요
이제 누가 기억하죠
바람 따라 구름 따라 흩어지겠죠
생각보다 훨씬 빨리
먼지 쌓여가는 구석에는
그대의 마음이 있었지
울다 지쳐 잠에 들면 어느샌가
자장가 들리던 시절

그 따스함은 잊히질 않네
그대 목소리 이젠 기억하지 못해도
그 마음은 잊을 수가 없네
그대를 위한 마음을 담아 노래를 보내

괜찮아요 아직 남아있어요
십년 넘게 버리지 못한 오토바이
앞이 보이지 않는 선글라스
괜찮아요 계속 남을 거예요
십년 넘게 자라버린 나의 마음 속
가장 깊은 곳 영원히

아버지의 눈물을 보았어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어린 마음 왠지 이해할 수 있었죠
나 또한 두려우니까

그래도 언젠가는 되뇌이며
다시 오토바일 태워줄 거라 믿었네
고요한 새벽 울린 전화기 소리에
아무것도 모르고 떠나간 내 어린 꿈

괜찮아요 아직 남아있어요
십년 넘게 버리지 못한 오토바이
아버지의 앞에 앉은 개구리
괜찮아요 모두 잊어버려도
내겐 남아있지 않은 그 순간들은
우리를 위해 남으니
그러니 살아갈 거예요

할아버지 오토바이

이 노래를 이인흠 아저씨께 바칩니다..😌

(lyric)

어렸을 때 살던 SK아파트
1층에 여섯 계단 올라가면 경비실
기다리던 택배 상자 숨어있는 곳
경비아저씨 지키고 있는

그 아저씨 성이 나랑 같은 성이래
아빠가 알려줬는데 인천 이씨라네
그래서인지 왜인지 더 가까웠어
귀찮으셨을진 모르지만

한여름에는 선풍기 겨울엔 작은 난로
엄청 좁고 또 습했던 그 경비실은

유난히 따뜻했던 사람이 머문 곳
아침이면 부지런히 쓰레기를 줍던
아직도 기억나는 아저씨의 이름
난 벌써 이렇게 자랐는데

308호를 기억하고 택배를 꺼내주던
201동 경비아저씨 그 아저씨는

어느샌가 말도 없이 떠나버렸네
중학교 올라가던 무렵 떠나버렸네
아직도 기억나는 아저씨의 이름
난 벌써 이렇게 자랐는데

그 후로 이씨 성인 사람을 만날 때면
어디 이씨인지 물어보는 버릇이 있어
하지만 한 번도 본 적 없던 인천 이씨
어쩌면 그 아저씨가 마지막일까

설레는 마음으로 삐걱대는 문을 열고
처음으로 내 이름 싸인을 해봤던 곳
이제 다른 집에 이사 온 지 오래지만
가끔씩 생각나는 아저씨

경비아저씨

어떤 표현을 해야 할까 
너를 바라볼 때면
한없이 특별한 감정을
밤새 했던 고민들이
무색하게도 결국은
더없이 평범한 말들을

난 너를
창밖에 저 노을처럼 너를
사랑하나 봐
난 너를
넘실대는 바다 같던 너를
사랑해
이런 서툰 마음뿐이라도

어쩌면

윤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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