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하루 종일 흐린 하늘 밑
나무도 길도 앞서가는 뒷모습도
회색에 물들어
우울이 한껏 내려앉았다

낮도 밤도 아닌
죽도 밥도 아닌
하늘도 땅도 아닌
무수히 작은 점들로 경계가 사라진 오늘

어스름한 시각
전조등 하나 둘 켜지면
사라졌던 길들 반짝반짝 선을 잇고
별처럼 내려앉은 불빛에
젖은 우울을 말리며
빨간 사과 한 봉지 사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느려도 가야겠다
어여 어여 가야겠다

어스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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