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기관’은 인간의 뇌 속 어딘가에 존재한다고 가정된, 상상을 생성하는 가상의 기관입니다. 이 기관은 외부 자극이나 정서적 변화, 상황의 맥락에 따라 적절한 상상의 이미지를 실시간으로 조합하고 생성하는, 마치 살아 있는 유기체 같은 기능을 수행합니다.

ForteLAB은 이 미지의 기관을 최초로 발견하고, 현재 활발히 연구 중에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그 연구의 일환으로 기획된 기술 발표회 형식의 공연 작품입니다. 관객은 과학적 발표 형식을 차용한 무대 위에서, ‘상상기관’이 다양한 조건 속에서 어떻게 반응하고 어떤 공간적 상상을 생성하는지를 시각적, 청각적으로 경험하게 됩니다.

공연은 실제 실험을 시연하듯, 특정한 감정 상태나 환경이 주어졌을 때 상상기관이 만들어내는 추상적 공간, 감각적 풍경, 감정의 이미지들을 실시간으로 시각화합니다. 음악과 시각 미디어는 상상기관의 활동을 매개하며, 관객은 그 상상의 흐름을 따라 이동하게 됩니다.

이번 작품은 단순한 스토리텔링을 넘어, ‘상상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대한 탐구를 예술적으로 풀어낸 실험적 무대입니다.

상상기관

《핑크레빗》은 LED 디지털 가면을 중심으로, 기술에 의존한 자아의 구성과 그 붕괴 과정을 미디어 퍼포먼스로 풀어낸다. 

퍼포머는 무표정한 현실 속에서 토끼 가면을 발견하고, 착용과 함께 화려한 세계에 진입한다.

가면은 감정과 메시지를 실시간으로 출력하며, 그는 외부 반응에 몰입해 ‘더 나은 자아’를 구축한다. 하지만 반복되는 자극은 중독을 유발하고, 스스로 만든 정체성에 주체가 갇힌다. 배터리는 닳아가고, 가면은 벗겨지지 않으며, 그는 무기력한 상태로 점차 붕괴된다. 

가면을 찢어내려는 행위는 곧 자기 파괴의 몸짓으로 변하며, 그가 마주한 거울 속 얼굴은 이미 이목구비를 잃어버린 채 인식되지 않는 존재로 남아 있다.

작품은 퍼포먼스, 애니메이션, 사운드, 프로젝션 맵핑을 결합하여 기술 장치에 감정을 위임한 주체의 해체 과정을 감각적으로 전달한다. 이는 ‘나’라는 존재가 어떻게 출력되고, 또 어떻게 사라지는지를 되묻는 시도이다.

PINK RABBIT

⟪All That Glow⟫는 탐험과 성장, 그리고 관계를 통해 플레이어가 보물의 의미를 스스로 다시 정의해 나가는 여정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단순한 보상이나 결과가 아닌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발견되는 진정한 가치와, 우리가 다시금 정의한 '보물'의 의미를 플레이어에게 전하고자 합니다.

플레이어는 욕심 많고 어딘가 어설픈 까마귀 '오비'가 되어, 섬에 얽힌 문제를 해결하고 동물들을 돕고, 다양한 관계를 맺고 신뢰를 쌓아갑니다. 그 과정에서 오비는 '보물'이란 단순한 물질적 대상이 아님을 점차 깨닫게 됩니다.

이러한 여정은 마치 씨앗을 심고 돌보아 꽃을 피우는 과정과도 닮았습니다. 목표는 단번에 달성되지 않으며, 섬을 회복하고 관계를 쌓는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게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속에서 쌓여가는 경험과 관계, 회복과 변화는 조금씩 의미 있는 결실을 거두기 시작하며, '보물'의 진정한 의미 또한 서서히 꽃피우게 됩니다.

All That Glow

〈닷(dot)이듣기〉는 시계를 해체해 각 부품의 재질에서 발생하는 소리를 콘택트 마이크로 수집하고, 수집한 소리들을 반복·중첩·변형하며 재구성한 사운드 퍼포먼스입니다. 
시계라는 오브제를 소리로 다시 구성하며, 작은 소리들이 하나의 구조를 이루는 과정을 통해 청각적 형태의 시계를 만들어냅니다.

닷(dot)이듣기

이 작품은 드럼을 기반으로 진행되는 퍼포먼스이자 리듬 게임입니다. 작품은 총 3개 섹션의 서로 다른 공연으로 구성되어 있고, 러닝타임은 약 6분이다. 공연 시간 외에는 관객이 직접 플레이할 수 있는 리듬 게임의 형태가 됩니다. 퍼포머와 관객은 사운드와 함께 드럼과 바닥에 나타나는 노트를 치며 실시간으로 영상을 만들어내고 이는 하나의 퍼포먼스가 됩니다.

XEEK

<달 헤는 밤>은 기억을 떠올리는 행위와 흐름을 ‘달의 주기’에 빗대어 풀어낸 인스톨레이션 작품입니다.

시간의 개념을 기억의 양에 맞춰 재구성하였으며, 관객이 입력한 기억들이 텍스트로 벽면을 채우도록 구성되며, 이는 달을 차오르게 만드는 매개체가 됩니다.

기억은 흐려지고, 잊고, 다시 떠올리는 과정을 반복하며 달은 여러 위상을 거쳐 흘러갑니다. 초승부터 보름까지 기억은 달을 채우며 형상을 얻고, 보름이 지난 기억은 풍화되어 흩어집니다. 

달빛처럼 서서히 사라져가는 언어들 속에서 관객은 자신이 남긴 기억, 그리고 타인이 남긴 기억과 마주할 수 있습니다.

달 헤는 밤

《Trace Device: 형상 기억 장치》는 추상적인 ‘기억’이 특정 자극을 통해 물리적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을 시각화한 미디어 설치 작품입니다. 형상 기억 합금이 특정 조건에서 원래 형태로 복원되듯, 이 작품의 장치는 관객의 조작에 따라 비틀리고 변형되었다가,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천천히 복귀합니다. 

작품은 작가의 개인적인 기억, 특히 형과의 관계 속에서 생겨났던 불안과 긴장, 소외감에서 출발합니다. 조이스틱을 통해 관객이 장치를 조작하면, 왜곡된 형태와 움직임은 기억의 흔들림과 감정적 동요를 상징하며, 그 상태에 반응해 하나의 영상이 재생됩니다. 영상은 특정 기억의 단편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것으로, 장치가 멈춰 있는 동안 관객은 자신이 만든 형상과 연결된 감정의 파편을 마주하게 됩니다. 영상이 끝난 뒤 장치는 원래의 형태로 복귀하며, 이 일련의 과정을 통해 기억이 감각을 매개로 다시 떠오르고 정리되는 순간을 체험하게 됩니다.

《Trace Device: 형상 기억 장치》는 감정과 기억이 단지 머릿속에 저장된 것이 아니라, 물리적인 자극과 움직임을 통해 다시 구성될 수 있다는 질문에서 출발한 작업입니다.

형상 기억 장치

<해소海訴>는 1.2m X 1.5m X 1m 크기의 구조물, 빔 프로젝터, 이미지 스캐너로 구성된 작업입니다.
통로를 지나 마음의 한 켠으로 가면, 고즈넉한 해변이 있습니다.
관객은 입 밖으로 차마 꺼내지 못했던 말을 쓰고, 바라보고, 그것이 흐려지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해소(海訴)

디지털 도시의 외로운 3D '몬스터'는 어느 날 2D 종이인 '펩'을 만나 사랑에 빠집니다. 차원이 다른 두 존재는 조금씩 가까워지며 관계를 쌓아가지만, 몬스터가 내민 '동그란' 반지는 2D인 펩에게 아무 의미 없이 튕겨 나갑니다. 펩은 몬스터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의 세계 또한 이해하지 못합니다. 몬스터는 마침내, 펩에게 닿기 위해 자신의 세계를 내려놓습니다.

PAP

DIAF2025

Related trac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