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말

미워하는 것도 피곤한 일이네
미움 받는 것도 때로는 우습구나
용서를 받는 쪽이라면 하늘의 별 따기지만
용서한다는 건 은근 간단할지 몰라

매력있는 악당 그런 게 대세라지만
마냥 퍼다 주는 놈이 요새는 오히려 드물지 않나?
패배의 순간이라함은 꽤나 굴욕적이지만
승리만 거머쥐는 인생이 어디 있겠나

눈물은 참는 게 아니라고 해도
눈물조차 아까운 분함이 있으니까
목구멍이 뻐근하고 아릿할 즈음에
어금니 꽉 깨물고 스쳐 보내 보자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라는 문장으로 끝나는 이야기의
주인공도 가끔은 불행할까
약간은 괴로울까
잘은 모르겠지만


사랑 받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딱히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지는 않아
은근한 표현들은 멋있고 우아하지만
꾸미지 않은 마음은 용감한 것 같아

기나긴 밤 끝엔 아침이 온대도
태양은 다시 지고 어둠은 또 찾아와
끝없는 반복 속 살아 갈 테니까
그게 나랑 무슨 상관 하고 끝내 버리자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라는 문장으로 끝나는 이야기의
악역은 끝까지 불행할까
어쩌면 웃게 될까
나야 모르겠지만


아아 마지막까지도 웃을 수 있는 건
꼭 웃어 보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일 거야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라는 문장으로 끝나는 이야기의
주인공도 가끔은 불행할까
약간은 외로울까
잘은 모르겠지만

잘은 모르겠지만

나야 모르겠지만

나쁘지 않을 지도

네가 거짓을 말하면
그건 내게 곧 진실이 돼서
터무니없는 거짓 속에도
웃을 수 있는 우리가 좋았어

살아있다면 언젠가
예외 없이 죽게 되겠지
가볍기만 한 이 작은 목숨에
추를 달아 준 그대를 위한 노래

사막 한복판 꽃 한 송이를 억지로 심고
눈물로 물을 줘 가면서 내 전부를 걸어

구멍난 마음을 나란히 꿰어 목걸이로 만들고서
너에게 하나 나에게 하나 나누어 지니고
다시는 잃어버리지 말자 새끼손가락 굳게 걸고
약속이야 웃으며 안녕


시간이 정말 모든 걸 해결해 주려나
그치만 무뎌지는 건 분하니까
부끄러운 일도 꽤 쓰라린 일도
잊지 말자던 다짐 앞에 건배

모래 위에 써 내려간 둘 몫의 이름이
쓸려간대도 파도가 돼 세상에 닿을까요

미숙한 꿈을 저 하늘 아래 가득히 쏟아내고서
가벼워지면 후련해질까 어쨌거나
그 끝은 꼭 같이 보러 가자 새끼손가락 굳게 걸고
약속이야 웃으며 안녕


사막 한복판 꽃 한 송이를 억지로 심고
눈물로 물을 줘 가면서 내 전부를 걸어

영원할 거라 큰소리치며 기억하라던 그 모습이
변해 버려도 문득 다다를 전철 역 앞에서
우리의 노래를 불러 줘 첫 들숨으로도 알아볼게
약속이야 웃으며 안녕

약속이야 웃으며 안녕

약속이야 웃으며 안녕

아슬아슬한 저기 저 밴드맨
몸이 부서져라 기타를 치고 있다
아슬아슬한 저기 저 밴드맨
본 적 있는가 빛나는 눈빛

그렇게 사랑을 노래했으니
그래 뭐 언젠가 결혼도 하겠지
진정한 자유?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만
당신은 아십니까

다정한 볕이 들던 창가에는
지금쯤 무슨 색 꽃이 피었나요
그토록 찾아 헤매던 평화와 사랑은
여전히 우리를 부르고 있나요


아슬아슬한 저기 저 밴드맨
몸이 부서져라 노래 부르고 있다
아슬아슬한 저기 저 밴드맨
믿고 있는가 그날의 약속

아슬아슬한 저기 저 밴드맨
몸이 부서져라 기타를 치고 있다
아른아른 흐려지는 형체 속에도
기억하는가 출발의 총성

기어코 쫓고 쫓고 또 쫓는 길
그 행렬 최전방의 사나이
피리를 쥐고서도 멈칫해 버린
나라도 괜찮습니까

당신이 동경했던 록스타는
어딘가 깊은 땅 속에 묻혔나요
무심코 바라본 저 하늘과 바다는
여전히 그때처럼 푸른가요

아슬아슬 밴드맨

「이번 여름은 유독 길었어」
후련하다는 얼굴로 웃어 보이는 
너의 왼쪽 손목 위가 허전한데 
어디 갔어 그 까만 머리끈

사실 알고 있어
아무렇지 않게 빌려 달라 말하던
녀석의 우쭐대는 표정까지도
딱히 신경 쓰고 있었다든가 
그런 건 아니지만
내 짧은 머리가 싫어지는 거야

「그때 알려준 그 노래 좋더라」
한 쪽씩 나눠 듣는 귀갓길
바람도 기분 좋게 불어오고 그래서
너 몰래 늦춰 보는 발걸음

아 조금 삐뚤게 잘린 
빼곡한 앞머리가 흔들려

네 이름 석 자 겨우 눌러쓴 흰 종이를
노려보기만 몇 시간째
두 글자 인사까지 적어내고 보면
어쩌나 해가 떠오를 아침

잠 못 들고 있어
아무렇지 않게 잡은 손에 닿았던
미지근한 체온 차가운 반지가
자꾸 떠올라 하필이면
걔랑 똑같을 건 뭐야
혼자 침울해져 버리는 거야

아 왠지 서늘한 공기
얄따란 이불을 끌어당겨

야 하나만 약속해 줘
올해 내 생일파티에 
세 시간쯤 늦어버려도 
기다려 줄 테니까
다시 돌아올 뜨거운 계절도
함께 보내기로

아 이 노래에 맞춰 너의
고개가 위아래로 흔들려

이번 여름은 유독 길었지 그래

기묘말

두루둥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