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십리로

버스로 두시간 거리
앨범 몇 개를, 너머엔 터미널이
난 써본 적도 별로 없었으니 후불 교통카드
꼭 쥐고 있었지 티머니 “서울은 보통 아냐”

몇 번 다녀온 놈이 하도 으스대서
괜히 쭈굴해 화장실 앞에 우회전
‘처음 티 내지 말고 눈 떼‘ 
#가보자고 신발끈 쫌매고

어느새 익숙해진 내 몸과는 
다르게 여전히 저 아래 있는 
내 정신을 인지하니까 여긴 빈집일 뿐
절대 느끼지 못하는 기쁨

해서 주말이 되면 다시 탔지 버스
만 오천원보다 좀 더 값진 것
매번 같은 인사, 국밥집 이모
‘반찬 셀프‘ 따윈 없는 곳

이번 역은 대전 늦지 않게 stand by
그 다음 역은 서울 늦지 않게 wake up
다음 역은 어디 늦지 않게 stand by
선사 to 왕십리 난 다시 집을 check out

달려 나 대신 왕십리로 가는 길 ay
데리러 와있겠지 혼자서는 가기 싫네
안잡혀 택시, 전화 걸 데가 어디있겠어
마중 와있겠지 누군가 한 명은 huh


버스로 두 시간 반 이제 편해 기차가
몇 푼 더 주고 부탁 시간아 
반오십 넘었으니 속도 줄여
어른들의 세상엔 없다고 보호구역

택시기사로 둔갑한 
점쟁이가 말했지 “어디로 가?”
왕십리의 뜻을 알고 있냐고 
“갈 왕자 써서 딱 십리만 가“

잔돈은 안 받을 테니 되길 바래 탑건
어깨를 툭치며 말한 5년 전의 선생은 
볼일 없지만 내 편이지 여전히, 

지친 몸과 함께 들어간 백반집의
할머닌 둘이 먹을 만한 양의 반찬을
서울시에도 아직 남은 낭만은
외톨이를 자처한 이들의 빈속에 감탄을!

이번 역은 대전 늦지 않게 stand by
그 다음 역은 서울 늦지 않게 wake up
다음 역은 어디 늦지 않게 stand by
선사 to 왕십리 난 다시 집을 check out

달려 나 대신 왕십리로 가는 길 ay
데리러 와있겠지 혼자서는 가기 싫네
안잡혀 택시, 전화 걸 데가 어디있겠어
마중 와있겠지 누군가 한 명은 huh x2

prod. alanfor
나머지 Kylee 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