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핑크스

나는 스핑크스가 날개를 접어 몸을 가리고 담 위에 누워있는 것을 보았다.

검은 깃털의 윤기...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 전체적인 윤곽의 곡선과 머릿결 또한 역시 아름다웠으나,
날개의 형태와 크기의 압도적인 모습이 관조를 유지시키는 원동력이었다.

나는 왜 나의 집에 찾아온 것인지 물을 작정이었으나 이제와서는 내 집이 이 곳에 있는 것이 잘못처럼 느껴졌으며...
그녀의 존재는 성찰의 의미.

나는 고개를 숙였다.
그 아름다움을 감히 내가 쳐다봐도 되는 것인가.
그런 생각에 스스로가 부끄러워져 고개를 숙였다.
내가 고개를 숙일 때 날 쳐다보는 것 같았다.

나의 관조는 멈추고,
그렇게 시작되는 스핑크스의 관조.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볼 수 없는 관계.
우리는 서로의 눈을 마주볼 수 없는 관계.

만약 그리한다면 분명 우리는 죄를 범할 것이 틀림 없기에. 분명 스핑크스도 그리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대화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

분명 나를 슬픈 눈으로 쳐다보고 있겠지.
이 담은 결계, 우리가 닿을 수 없는 이유라고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날개에 쌓인 그 모습을 떠올렸다. 그것은 마치 관...
나는 그녀가 나의 시체에서 내장을 분리하여 마트료시카ー그녀의 모습을 닮은 마트료시카들에 마치 카노푸스 항아리처럼 담아 보관해주기를 바란다.

그때 무슨 표정을 짓고 있을까.
나도, 너도.
조금은 가까워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이 평행선. 아무리 가까워지더라도, 이것은 평행선.
결코 교점 하나 생기지 않는.

하지만, 둘이 마주보는 것 정도는 괜찮을지도 몰라.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떨리는 눈동자를 마주본다.
시선을 돌리고 싶다. 내가 그녀를 괴롭히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조금 더 바라보고 싶다.

어쩌면, 거리를 좁히는 것 정도는 괜찮을지도 몰라.
나는 스핑크스에게 다가갔다.
그녀를 놀라게했다.
날개에 가려진 그 모습을, 나는 더 가까이서 보고싶었다. 그녀는 미소를 되찾는다.
부드러운 눈길이 나를 감싸안는다.

그리고 내가 담벼락에 닿았을 때, 사자의 앞발이 나를 껴안았다.
마치 벼락처럼...
나는 하늘에서 스핑크스가 벼락처럼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그녀의 품에 안긴 채로 나는 읊조렸다.

"벼락..."

"벼락..."

"벼락......!"

나는 계속해서 말할 수 밖에 없었다.
왜일까.
사자의 털이 부드럽다.
체온이 무척이나 따뜻했다.
온기를 느낀다.
따뜻함.
날개가 나를 쓰다듬는다...
"벼락..."

날개가 나를 껴안는다...
"벼락..."

두 날개와 두 팔이 나를 껴안는다...
"벼락...!"
고개를 들었다.

그 온화한 미소.
이제껏 받아본 적 없는 사랑.
그 모든 눈물이 지금을 위해서.

스핑크스가 나에게 입을 맞추었다.
그래도 되는 것일까.
평행선 사이의 거리가 0에 수렴해간다...
스핑크스가 내 귓가에 입술을 가져다댄다.

"벼락..." (벼락...)
(벼락...) "벼락..."
"벼락..." (벼락...)

(계속...)

벼락.
더이상 내가 중얼대는 것인지, 아니면 스핑크스가 내 귓가에 속삭이고 있는 것인지, 혹은 둘이 같이 말하고 있는 것인지, 어쩌면 그 누구도 말하고 있지 않으며 단지 우리의 생각일 뿐인지(분명 스핑크스도 그리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대화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 더이상 구별할 수 없다.
벼락.

스핑크스는 하늘에서 내가 벼락처럼 떨어지는 것을 보았던 것일까.
나는 내 두 팔로 껴안았다.

"벼락..." (벼락...)
(벼락...) "벼락..."
"벼락..." (벼락...)

(계속...)

앗...

벼락...
벼락!
벼락...!

소리치고 싶다.

지금이라면.

어쩌면 소리치는 것 정도는 괜찮지 않을지도 몰라.

"벼락!"

쾅! (한 페이지를 채울 정도)
그 순간 벼락이 내리쳤다.
나는 그들이 벼락과 함께 마을에 떨어져 내 집을 향해 오는 것을 느꼈다.

스핑크스는 울먹였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이 비는 스핑크스의 눈물.

스핑크스는 울면서 나를 데리고 가려한다.
나는 그녀를 끌어안았다.
이 모든 것이 나의 책임이었다.
내가 소리치지 않았더라면 그들이 우리를 찾지 못했을까? 어쩌면 이 집에서, 이 마을에서, 우리는...

그녀는 어떻게 해서든 나를 데리고 날아오르려 하였으나...

나의 비대해진 몸뚱아리는 무척이나 무거웠다.

어떡하면 좋아...

나는 날개에 쌓인 그 모습을 떠올렸다. 그것은 마치 관...
나는 그녀가 나의 시체에서 내장을 분리하여 마트료시카ー그녀의 모습을 닮은 마트료시카들에 마치 카노푸스 항아리처럼 담아 보관해주기를 바란다.

앗...

나는 그녀의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었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 하는 스핑크스, 어전히 눈가가 눈물로 젖어있는 스핑크스를 바라보며 나는 웃어보였다.

난 손가락을 입술 안으로 밀어넣었다.
스핑크스는 입을 다물고는 이를 벌리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어째서 우리에게만 이런 일이 생기고 만 것인지.

나는 아까 그녀가 했듯이 귓가에 속삭였다.

"나는 네가 나의 시체에서 내장을 분리하여 마트료시카ー너의 모습을 닮은 마트료시카들에 마치 카노푸스 항아리처럼 담아 보관해주기를 바란다."

스핑크스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입을 벌리고 내 손가락을 씹는다.
피가 흐른다.

괜찮아요.

잘린 손가락은 내가 아니고, 잘린 팔다리도 내가 아니고...

내 팔 한 쪽을 모두 씹어삼켰다.
우리 둘은 모두 피에 젖어있다.

괜찮아요.

그녀는 나를 삼켰다.

스핑크스, 나의 내장을 담은 카노푸스 항아리, 나의 몸을 담은 관, 나를 담은 마트료시카, 나의 마트료시카.

나 역시 너의 마트료시카인가요?

스핑크스는 날아올랐다.
담벼락에는 한 때 이 집에 내가 살았음을, 내가 이 공간에 자리했음을, 차지했음을, 내가 존재했음을 증명하듯이 붉은 자국이 남아 있다.

지금도 가끔 이 길을 지나칠 때면 (평소에는 의식적으로 피하지만) 여전히 담벼락에 나의 피가 묻어있는 것을 보곤 한다.

사람들은 그것이 나의 흔적임은 알지 못하지만, 이곳에 살던 누군가의 자국임은 안다.

이 집에 지금 누가 살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마당에 심어두었던 보리수가 여전히 건강하게 남아있는 것을 볼때면,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비록 한때는 나의 집이었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남의 집이 되어버렸기에, 함부로 들여다보는 것이 안좋게 느껴져, 급하게 자리를 뜨고 도망치게 된다.

날아가는 동안 스핑크스는 작은 목소리로 계속해서 속삭여주었다.

"벼락..."

나를 안심시키기 위해서였을까.

아름다운 스핑크스, 나의 내장을 담은 카노푸스 항아리, 나의 몸을 담은 관, 나를 담은 마트료시카.

나의 마트료시카...!

하지만 우리가 어디로 도망치든 간에
그들은 우리를 찾아내서, 쫓아와서, 벌하려 할 것이었다.

마치 벼락처럼...

"벼락..." (벼락...)
(벼락...) "벼락..."
"벼락..." (벼락...)
(벼락...) "벼락..."
"벼락..." (벼락...)
(벼락...) "벼락..."

앗...

"The Deep State of the Dreampunk Scene" - H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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