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은 미끄러우니 조심하지 않으면 다쳐
욕실은 미끄러우니 조심하지 않으면 다쳐
욕실은 미끄러우니 조심하지 않으면 다쳐
너 지금 시끄러우니 중요한 일 아니면 닥쳐

물은 아까 받아놨어 수온은 따뜻하다기 보단
손가락 담그자마자 빨갛게 익었어 잠깐 찬물 좀 섞고
그 김에 김 서린 거울에 물방울을 던져
벌거벗은 내 몸에 내 허탈한 시선도 던져

욕실은 미끄러우니 조심하지 않으면 다쳐
아직은 덜 처진 뱃살을 움켜쥐고 씁쓸히
멋쩍은 미소 한 줌 하수구로 쓸어보내고
먼저 마른 몸에 물 한 줄기를 던져
덕지덕지 남은 내 피부를 쓸어내

slowly slowly 처음은 발가락부터
slowly slowly 발바닥이 욕조 바닥에 붙어
holy holy 무릎까지 담근 지금은 세례식 전
내 속에 더러움 빼내기 전
나만의 익숙함에 작별을

욕실은 미끄러우니 조심하지 않으면 다쳐
턱까지 차오르는 따스함이 증기에서 액체로 바뀌어
찌릿한 느낌은 단지 불안이 평온에 향하는 과정
모든 게 끝나면 정수리까지 내리는 세례의 축복

머리가 물기를 머금어 조금은 머리가 무거워
잠깐 내 눈앞이 어두워져 신중히 숨을 쉬어
부정한 기운 다 내쉬는 날숨 증기가 뒤섞인 들숨
이 습기찬 공간에 날 숨쉬게 만드는
이성도 무상에 침식돼 버리고 말지

욕실은 미끄러우니 조심하지 않으면 다쳐
욕실은 미끄러우니 조심하지 않으면 다쳐
욕실은 미끄러우니 조심하지 않으면 다쳐
욕실은 미끄러우니 조심하지 않으면 다쳐
욕실은 미끄러우니 조심하지 않으면 다쳐
욕실은 미끄러우니 조심하지 않으면 다쳐
욕실은 미끄러우니 조심하지 않으면 다쳐
너 지금 시끄러우니 중요한 일 아니면 닥쳐

정수리를 물 속까지 담궈 내 젖은 호흡은 멎어도
심장은 여전히 뛰잖아 벌컥벌컥거리면서
숨 참는 것도 익숙해질 무렵 그걸 쭉 지켜보던
본능이 불쑥 말을 건다 턱 밑 헉헉대는 호흡으로
머리를 물 밖으로 밀어낸다
참았던 숨을 곧 들이쉰다 생존의 큰숨을 들이킨다
이내 곧 샴푸가 머리에 정신은 맑아진다
얼마는 증발해버린 내 몸에 물기는 무심한 듯한 내 손에 쥔 수건에
열린 문으로 나서며 가빴던 호흡을 잊는다 별 일 아니란 듯이

욕실은 미끄러우니 조심하지 않으면 다쳐
별 일 아니란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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