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onclad - Good Night

시간을 잘 보내는 법

날이 벌써 따뜻해졌다.
따뜻하다 못해 어느덧 덥기까지 하고있다.

흰색이 녹고 갈색이 다양한 색으로 덮이는 이 계절을 그닥 좋아하진 않는다.
이유가 무엇이냐 물은들 사실 이렇다하게 내놓을 말은 없으니 연 단위로 찾아오는 변덕이라 할 수 있겠다.

신기한 일이다.
숫자에 불과한 것이 마음을 헤집어 놓다니 말이다.
따뜻할땐, 기묘히 몽글거리는 슬픔이
뜨거울땐, 짜증을 동반한 큰 웃음들이
시원할땐, 적적한 외로움을 곁들인 기쁨이
차가울땐, 웅크림에서 피어나오는 즐거움이
일정한 패턴 속에 있는 것 마냥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감정 가운데에 내가 놓여있는 것 같다.

봄春, 나는 늘 이 계절이 가장 아프다.
새로운 뭔가가 있을 듯하면서 일장춘몽하게 됨이 지겹도록 고통스러운 법이다.
긴 겨울동안 잠에 빠진 듯한 감정이 녹아드는 이 계절엔 이성이 감정에 잠시 잠식당하곤 한다.

청춘靑春이라는 말이 무섭다.
푸르른 봄은 나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태동과 탄생에는 늘 아픔이 전제가 되는 법이기에, 청춘은 나에게 시퍼런 날을 들고 걸어오는 이와도 같다.
목젖에 날을 갖다 대고는 깨어나라고, 일어나라고 다그치는 듯하다.
울먹이며 일어나면 그제서야 봄이 시작된다.

우리는 식물과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작은 씨앗이 피어나 새싹이 되고, 자라나 각자의 모습으로 변하고, 각자의 최선을 피워낸 뒤 잠시 쉬어가거나, 사라진다.
그래서인지, 늘상 벚꽃을 보면 내 또래의 행복하게 웃는 연인들같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그래봐야 이제 갓 피어난 싹일뿐이거늘 저 사람들은 어찌 벌써 꽃까지 피워내 서로의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는가 싶다.
시기는 다르되 꽃을 피워냄은 같다고 하기에는 나는 그저 시들어버린채 한 해를 보내기도 한다.

아름다운 무언가가 되고 싶다.
단지 외형의 무언가가 아니라 나라는 사람이 아름다웠으면 한다.
혹 모양은 다를지언정 장미와 벚꽃같이 아리따운 꽃들 마냥 뽐낼 아름다움이 있었으면 한다.
누군가의 귀에, 누군가의 손에 들려 한 장 사진으로 남은 뒤 버려지더라도 나는 아름답고 싶다.
그들에게 내가 아름다움이었다면 그걸로 좋다고 생각한다.

크고 화려하진 않더라도, 아름답고 싶다.

prod by. Noc
arranged by. Noc
piano by. 소힝

Crossover

Pilrib.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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