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by EPEX 금동현 l ASH ISLAND - 악몽

헤어짐은 사랑의 끝인가?

 플레이리스트는 영화 "헤어질 결심" 속 내가 생각하는 가장 따뜻한 장면으로 시작한다. 서래는 불면증을 달고 사는 해준을 재워주기 위해 찾아오고 도입부에 나오는 대화를 나눈다. 
 잠 못 들고 뒤척이는 상대방의 옆에서 그가 잠드는 모습을 지켜본다는 행위는 “당신의 가장 연약한 순간을 내가 지켜줄게요”와 같다. 그런 장면에서 나는 사랑을 느꼈다. 
 하지만 사랑을 노래하는 이 플레이리스트는 역설적으로 소설 “무진기행”에서 주인공 희중이 사랑을 담은 편지를 쓰고 찢어버리며 “헤어질 결심”을 하는 구절을 읽고 만들기 시작했는데 이별 뒤 행복했던 추억을 떠올리는 것처럼 사랑 노래들로 채우고 말았다. 
 마지막 곡 가사처럼 내가 바란 것은 “아마도 우린 오래 아주 오래 함께할 거야”라며 영원도 끝도 아닌 오래였지만 사랑도 우리도 이 노래처럼 결국 클라이막스를 지나 천천히 끝에 가 닿는다.

갑자기 든 생각이지만 살인혐의로 조사를 받던 서래를 옆에 두고 잠이들다니 해준은 서래를 얼마나 믿었던 것일까?

소설 속 윤희중이 작성한 편지의 전문은 아래와 같다.

‘갑자기 떠나게 되었습니다. 찾아가서 말로써 오늘 제가 먼저 가는 것을 알리고 싶었습니다만 대화란 항상 의외의 방향으로 나가 버리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렇게 글로써 알리는 것입니다. 간단히 쓰겠습니다. 사랑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제 자신이기 때문에, 적어도 제가 어렴풋이나마 사랑하고 있는 옛날의 저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옛날의 저를 오늘의 저로 끌어 놓기 위하여 있는 힘을 다할 작정입니다. 저를 믿어 주십시오. 그리고 서울에서 준비가 되는대로 소식 드리면 당신은 무진을 떠나서 제게 와 주십시오. 우리는 아마 행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쓰고 나서 나는 그 편지를 읽어봤다. 또 한 번 읽어봤다. 그리고 찢어 버렸다.

덜컹거리며 달리는 버스 속에 앉아서 나는, 어디 쯤에선가, 길가에 세워진 하얀 팻말을 보았다. 거기에는 선명한 검은 글씨로 '당신은 무진읍을 떠나고 있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라고 씌어 있었다. 
나는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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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있었던 일을 밀어내요. 나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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