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만쥬 하나만 내게 줘요 반만 주고 그러면 안돼요
밤만쥬는 나만 줘요 다른 사람 안돼요

밤만 되면 생각해 반만 주는 그 사람
남은 그 반쪽의 밤만쥬는 어디 어디 있나 누구에게 갔나

밤만쥬를 달콤한 밤만쥬를 조그만 밤만쥬를 
반만 쥬는 사람
그 사람의 그 마음의 보이지 않는 반쪽은
어디 어디 있나 누구에게 갔나

밤만쥬 하나만 내게 줘요 반만 주고 그러면 안돼요
밤만쥬는 나만 줘요 다른 사람 안돼요

온 마음을 나에게 주는 사람 있지만
이미 반이 차버린 내 마음은 받을 수가 없쥬

밤만쥬를 달콤한 밤만쥬를 조그만 밤만쥬를 
반만 쥬는 사람
그 사람의 그 마음의 보이지 않는 반쪽은
누구에게 갔나

밤만쥬가 달콤한 밤만쥬가 조그만 밤만쥬가 
반만 채운 마음
반만 남은 내 마음의 남은 반 쪽을 채워줄
그런 사람 없나 어디 어디 어디 어디 어디 
먹을 수도 버릴 수도 없는 그런 밤만쥬
밤만쥬는 나만 줘요 다른 사람 안돼요

밤만쥬 (Bam-manju)

몇 번을 지우고 다시 쓴 편지를 머리맡에 두고 떠나올 땐
섭섭했지 뒤척임도 없이 깊이 잠든 네 모습에
내리막길을 달리듯이 내려왔지
한참 후에야 겨우 돌아본 네 창문은 
아직 어두워

낯선 도시의 첫 일주일이 지나 다시 전화길 켜보았을 땐
놀라웠지 내게 단 한 번도 연락하지 않은 네가
부끄러워서 네 번호를 지웠지만
일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 머리는 
그걸 기억해

두 개의 시간과 두 개의 공간 그 사이 어딘갈 해메다보면
절실했던 절박했던 내가 흐릿하게 낯설어져
온 힘을 다해 뿌리쳤던 모든 것은
내가 있어도 아님 없어도 아무 상관 없었던 걸까

작년에 불어 둔 풍선같은 맘을
감싸 안고 돌아온 기차역
놀라웠지 고갤 떨군 채로 걸어가는 내 발 옆에
말도 없이 걸어주는 익숙한 모양의 발걸음
오르막길을 우린 함께 돌아가네
일 년을 돌아 겨우 깨달은 네 마음이 
그게 고마워

Round Trip

꼼지락거려 발가락들을
왼쪽 새끼발가락부터 엄지발가락
오른쪽 엄지발가락부터 새끼발가락
한 쪽 끝에서 시작해 다른 끝에 닿으면

방향을 바꿔 다시 시작해 
다시 돌아가 처음 자리로

꼼지락거려 발가락들을
리듬에 맞춰 행진하듯이
비틀거리다 머뭇거리다 움찔거리다
언제쯤 발을 멈출지 어디에서 끝날지

아무도 몰라 꼬리를 물고 
다시 돌아가 처음 자리로

하루 온종일 누워서 발가락만 계속
꼼지락거려 발가락들을
양 쪽 새끼발가락 엄지발가락

발가락 행진곡(Marching toes)

이야기 속에 전해 오는 오징어들의 Mastermind
그게 바로 나였다면 참 좋을 것 같아

저 넓은 바다 구석구석 살고 있는 오징어들의 Mastermind
그 맑은 눈에 비친 풍경 다 볼 수 있겠지

오징어는 땅 위에선 별 볼 일 없는 대접을 받지만
위도 없고 아래도 없는 저 푸른 바다 속에서라면
나름 특색 있고 나름 늘씬하고 나름 맑은 눈을 가진

오징어 편견 없는 세상 속에서
오징어 차별 없는 세상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오징어들의 Mastermind
그게 바로 나였다면 좀 슬플 것 같아

고래에게 상어에게 삼켜지고 낚싯줄에 걸리고
해파리에게 쏘여서 끝을 맞이할 때면
크리스마스 전구들이 꺼져가듯이 눈이 감기고
마지막 보던 풍경들이 아쉬운 듯 전해져오면
나는 울어줄께 나름 연약하고 나름 맑은 눈을 가진 

난 오징어 한 치 앞도 모르는 한치 
갑오징어 아니라 사실은 을 병 정
오징어 새롭게 태어나준다면
오징어 차별 없는 세상 속에서

행복하게 끝도 없이 자유롭게
스치는 손 끝마다 무지개가 번지길

오징어의 눈으로(Squids' mastermind)

사랑하다 헤어지고나면 안 한 것만 못하단
그런 얘긴 말아요 우린 그렇지 않을 거예요
사귀다가 끝을 내고나면 남보다도 못하단
그런 얘긴 말아요 내 말 오해 말아요

우린 절대 절대 절대로 헤어지겠지만
그게 별로 별로 별로 먼 미래는 아니겠지만
그대 없었다면 평생 몰랐을 그 느낌 
주고 떠난 그대 좋은 기억만 남길께요

헤어지고 한참 지나 우리 문득 마주친다면
피하지는 말아요 모르는 척 할께요
내 맘 속에 남은 그대는 그 좋은 날에 머물러
변하지는 않아요 그대도 그랬으면

우린 절대 절대 절대로 헤어지겠지만
그 후 며칠간은 탓하고 미워하겠지만
그게 별로 별로 별로 먼 미래는 아니겠지만
그대 없었다면 평생 몰랐을 그 느낌 
주고 떠난 그대 좋은 기억만 남길께요

많이 고민했어 헤어지는 순간
햇살이 눈부신 오늘은 아니겠지만

우린 절대 절대 절대로 헤어지겠지만
그게 별로 별로 별로 먼 미래는 아니겠지만
그대 없었다면 평생 몰랐을 그 느낌 
주고 떠난 그대 좋은 기억만 남길께요

헤어지기 좋은 날(A perfect day to say goodbye)

메마른 도시가 잠이 들면 
불빛이 비껴간 거리 위에
잊혀진 꽃처럼 또 다시 피어나는
지난 시대의 유물 
동면에서 이제 깨어난 짐승
색색의 도시에 남겨진
한 장의 흑백 사진 
난 시크함의 상징
시간 속의 이방인
한 겨울의 아이스 아메리카노
길들지 않는 남자 
난 외로운 방관자
상처가 있는 남자 
어서 내게서 멀어져
저물어 가는 석양 
다시 살아나는 망각의 시간
깊숙히 모자를 눌러 쓴
차가운 도시 남자 
난 고독함의 환자
영혼을 어루만져줄
구원을 찾아서 거릴 헤매네
길들지 않는 남자
난 외로운 방관자
상처가 있는 남자
위험한 나쁜 남자
차가운 도시 남자
난 고독함의 환자
위험한 나쁜 남자

차가운 도시의 나쁜 남자(Hardboiled man)

<가사 출처 : 문혜진 시인 '질 나쁜 연애'를 가공>

이 여름 낡은 책들과 연애를 하느니
불량스런 남자와 바다로 가겠어
잠자리 선글래스를 끼고 낡은 바이크 바퀼 갈아 끼고
머리칼 같은 구름의 일요일을 베고

회오리 바람 속으로 바이크를 모는
불량스런 남자의 등에 얼굴을 묻고
그의 얼굴은 아직 몰라 한 마디 나눈 적도 없지
펄럭거리는 바다와 펄럭이는 치마

검은 구름을 몰고 비틀대며 달리는
불량스런 남자가 나는 참 좋아
머리 아픈 책이나 지루한 음악 얘긴
지껄이지도 않지 불량한 남자

태풍도 언젠가는 떠나버리겠지만
검은 구름을 몰고 함께 떠나줘
펄럭이는 바다로 나와 함께 떠나줘

질 나쁜 연애(Bad ass lovers)

언제부터 넌 거기 있었는지
해도 잘 들지 않는 
버려진 골목의 구석 거기에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는 듯
소리도 하나 없이 그 긴 이야기를 내게 전하네

여기 있어 일어나기만 해 걸어 오기만 해
손끝이 닿으면 눈빛이 만나면 
안녕 나는 너야 

언제부터 넌 거길 헤매는지
가도 가도 끝 없는 
황량한 붉은색 사막 그 위를
의미 없이 바뀌는 낮과 밤은
걸으라 재촉하네 어느 쪽 끝에도 없는 바다로

멈춰서고 다시 걸어가는 지친 뒷모습에
쉴 곳이 있기를 그 길이 끝나기를
나는 빌어볼께 
안녕 너는 나야

너는 나야(You are I)

그래도 되나요? 그래도 돼요 나?
별거 없는 날씨 얘기따위 말 꺼내봤다가
혹시 안 한 것만 못하게
실낱같은 사이마저 싹둑 잘라지는 건 아닐까
주저주저하고 있지만
그래도 될까요?
이번 한 번만 두 눈 딱 감고
저 벼랑으로 한 걸음

그래도 되나요?
좋아하는 가게가 어딘지 막 물어봤다가
혹시 눈치채면 어쩌지
아직 그런 것까지는 전혀 준비가 안 됐는데
같이 가자면 어쩌지
물 속으로 한 걸음

저주에 걸린 나날 주저만 하다 한달
경계에 걸린 죄수처럼 경계를 넘어 갈랑말랑
말랑말랑한 마음이 다시 굳어지기 전에

그래도 되나요? 그래도 돼요 나?
이번 한 번만 두 눈 딱 감고
저 벼랑으로 한 걸음

저 아랜 깊은 바다 그 속은 아직 몰라
혹시 그대도 두 눈 감고 날 따라 뛰어줄까
저주에 걸린 나날 주저만 하다 한달
경계에 걸린 죄수처럼 경계를 넘어 갈랑말랑
말랑말랑한 마음이 다시 굳어지기 전에

그래도 되나요? 그래도 돼요 나?
영원히 대답은 없겠지만
난 벼랑으로 한걸음
물 속으로 한 걸음
혼자라도 한 걸음

그래도 되나요(May I?)

1.
아무 말 말아요
당신의 숨소리
종이처럼 얇은 나의 고막을 지나면
너무 달콤한 약속으로 
금방 변해서
그 속에 몇 번이고 울릴 테니까요

2.
이제는 알아요
당신이 해줬던
부서질 것 같이 고운 사랑의 말들은
헤어진 뒤의 나를 더욱
비참하게 할
당신의 작은 장난, 그 것 뿐인걸요

3.
여기에 있네요
당신의 흔적은
함께 봤던 영화, 듣던 노래들 속에도
이뤄지지 못했던 우릴
떠올리게 해
언제나 그 날처럼
너무 선명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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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만쥬 (Bam-man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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