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밤은 가실 생각이 없고
우리는 사실 알고 있었지
어렴풋이 보이던 울음의 파편들은
끝없는 불면의 출발선이었어

우리는 기억의 바깥에 서서
때로는 이렇게 울기도 하고
한숨은 기억의 어두운 뒷 장
잠시만 우리 이렇게 있자

긴 잠은 깨실 생각이 없고
우리는 사실 숨고 싶었지
나지막히 들리던 우울의 귓속말도
끝없는 불안의 도화선이었어

우리는 기억의 바깥에 서서
때로는 이렇게 웃기도 하자
먼지로 가득한 두고 온 집 안
뭔지도 모르던 미련과 집착

자각몽 [Lucid dream]

이 마음을 말로 다 적어내질
못하는 사람이라
글 로라도 몇 글자씩 써 내어 
이렇게 전합니다

머물렀던 예쁜 단어만 골라
드리고 싶었어요
삐뚤어진 글씨가 창피해서
굳이 또 지우네요

아 내가 사랑한 그대야 나는
여전히 그대로니
겨울이 올 때 쯤 찾아와요
봄을 내어줄게요

이 밤을 세워놓고 밤새 떠들다가
노래를 드릴게요
이 방엔 우리 둘만 깨어 있을거에요
잠 들지마요

어수룩한 나의 단어가 너를
아프게 할 지 몰라
세 번을 고쳐 쓰고 보내봐요
곁을 내어주세요

이 밤을 새워놓고 해가 뜰 때 까지
고백을 드릴게요
선잠에 깨지말고 꿈없이 잠드세요
참 좋아해요

우우우 나란히 적은 이름과
하트를 그려넣고 까맣게 칠할게요
밤하늘처럼

연서 [love letter]

우리는 남쪽의 햇빛을 따라서 
미소를 지을 거예요
날 너무 안쓰럽게 보진 마요
숨겨둔 가시가 내 밑을 따라서
미로를 지을 거예요
날 내버려두고 있지 마요

그대의 마음이 건조해진대도
나는 변함없이 버틸 수 있죠
예쁜 건 필요 없어요 
곁에만 있어 주세요
말라 죽고 싶어요 안아줘요

우리는 님극의 빙하를 따라서
고개를 저을 거예요
말로는 뭐라도 못할까요
우리의 열매는 예쁘게 자라서
가끔씩 피울 거예요
난 그때만을 기다릴래요

그대의 마음에 빈틈이 없다면
나를 고민없이 버릴 수 있죠
동정은 필요 없어요
가끔씩 떠올려줘요
사실 죽긴 싫어요 안아줘요

우리의 꽃말은 인내심 이래요
나는 끄떡없이 버틸 수 있죠
참는 건 자신 있어요
곁에만 있게 해줘요
말라죽고 싶어요 그대 품에서


선인장 [Cactus]

아팠던 만큼만 또 사랑해야 해
미련한 아픔만 다 어디 두고 가
생각이 많은 밤 우리 할머니의
쓰다듬던 손과 불러주신 자장가  

죽고 싶을수록 또 살아내야 해
빌었던 소원이 닿아 이뤄지게
단풍이 들던 날 우리가 저기에
약속했던 걸까 잊으신 건 아닐까  

우리가 언젠가 이별에 닿아도
그 날의 계절은 붉게 물들잖아요 

슬픈 기억 다 여기에 버릴 때 까지
그대 손 잡고 어디든 여행할래요
예뻤던 말만 잔뜩 받고 가네요
대답이 입에 떨어지지 않아요

우리가 언제든 다시 만날 때 까지
주셨던 가을을 놓치지 않을게요

젊은 기억 다 여기에 담을 때 까지
그대 손 잡고 어디든 비행할래요
고운 주름만 여기에 두고 가세요
인사가 쉽게 떨어지질  않지만

안녕 

단풍 [Maple]

일렁이던 파도 곁에
뒤척이던 방엔
울렁이며 뱉던 말엔
숨죽였던 나의

난 이대로 서있을게
더 휘청이지 않을게
쉴 새 없이 흘러갈게
너의 바다에 

우린 어디에 닿는걸까
잠깐 쉬어갈 수 있을까
물이 목까지 차오를 때
말도 목까지 차오르네

나 이대로 잠에 들게
더 잠겨 죽진 않을게
이제 다시 숨을 쉴게
너의 바다에

우린 어디에 닿는걸까
잠깐 쉬어갈 수 있을까
말이 목까치 차오를 때
물도 목까지 차오르네

방 안의 불빛들
창틀의 빗물마저도
그 자리에 숨겨놓고 
나는 등대 옆을 흘러갈래

닻 위의 부름들
파도애 휩쓸려가도 
우리 다시 닿는다면 
나는 나의 섬을 자랑할래


단풍 [Maple]

Namooni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