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학년 때 비행기 한번 못 타본
우리 집이 쪽팔려서
짝꿍이 방학 때
다녀온 미국 얘기에 입 닫았어
근데 난 왜 네 식구가 모여
앉아있던 저녁밥상 앞에서
친구의 미국 얘기를 꺼냈을까

아버지는 또 내 얘길
'우리 집은 왜 이렇게 가난해요?'로 들어
난 또 이 집에 평화를 끊어
조용히 내려놓은 수저
고함을 뒤로하고 방으로 들어가
내 살을 또 잡아 뜯어

항상 집이 싫었고
집도 나를 싫어하는듯했지
학원도 못 가서
빈 놀이터가 내 선택지
혼자 떠난 적도
할머니 집으로 타고 택시
이땐 며칠간 집에서
내게 말을 안 건넸지 

집이 좆같아서 했어 공부
등록금도 못 내준 단 말에
국립대만 썼어 전부
철학엔 좆도 관심 없는데
되었지 전공
장학금 받고 입학하려면
넘어가 이 정돈

너도 알다시피 스무 살에
뺨을 맞고 집을 나가
사실 내게 뺨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데
이젠 내가 정말 다 큰 줄 알았어
그렇게 시작한 알바 세 탕
말 그대로 대가리 박아 맨땅에

그다음 이야기는 했어 앨범에서
난 지금 그다음에
그다음 이야기를 해야겠어
올해 7년 만에
네 식구가 명절에 모였고
올해 27년 만에
아버지께 사과를 받았어

수술실에서
아버진 한쪽 눈을 잃었고
남은 눈도 언제 멀지 몰라
내겐 드라마 아닌
현실이기에 포기할까 음악
내가 래퍼인 걸 아는
유일한 가족은 엄마
친척들은 몰라서
날 한심하게 본다

집 떠나 성공해서 돌아오고 싶었기에
아버지 남은 눈마저 잃기 전에 
보여주고 싶었어 나온 걸 TV에
식구들 태워 비행기에
어쩌면 이건 마지막 기회

해외 구경 한번 못하고
평생 일만 했던
아버지의 텅 빈 눈구멍 보니
눈물이 맺혀
엄마는 검진 결과를
내게 숨기고 여전히 센 척
간절함의 무게가 달라
난 진짜 이뤄내야겠어

엄마도 처음엔
네가 되겠냐며 반대
그래서 계속 보여주고
증명해 엄마한테
이젠 뒷받침을 못해줘서
내게 미안하대
돌아보니 그들은 미안해서
화를 냈던 것 같네

난 받지 않아 뒷받침
그건 아니잖아 힙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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