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랑이

조금 나아질까라며 
한 손에 쥐어든 나이프

그냥 그어보면 이해가 될까라니 
이건 아냐

왜 이리 병신같지 나는 
조금 지어진 말

또는 다른 감정이 섞인 말도 그냥 웃어 넘기잖아

땅이 조금은 축축해 오늘은
아프겠지

하나하나 생각해보면서 웃어 난

저기 나무는 축축해 오늘은
걸어놓으면 부서지겠지

그냥 전부 사라져버릴 하나의 
아지랑이야



한 계절 피었다가 지는 그런 꽃이야
너는 어떤 색을 지녀 이리 남았나

한 여름 쏟아지는 그런 소나기처럼만
왔다가 가는 그런 아픔이 되길 바래
내가 사라져도 가시게



조금 나아질까 라며 
한 손에 쥐어든 약

그냥 삼키고 나면 편해질까 
그건 아니야

왜 이리 겁이 많지 나는
조금 싸여진 말

또는 다른 위로가 섞인 말도 그냥 흘려넘기잖아

날씨가 추워졌네 차갑겠지

그냥 찰랑이는 물 소리에 묻혀서 울어 난

차들이 천천히 가네 오늘은
그냥 달리면 무서우시겠지

그냥 없었어 타오르니 보였던 
아지랑이야

한 계절 피었다가 지는 그런 꽃이야
너는 어떤 색을 지녀 이리 남았나

한 여름 쏟아지는 그런 소나기처럼만
왔다가 가는 그런 아픔이 되길 바래
내가 사라져도 가시게




난 한 번 피었다가 지는 그런 새끼야
너는 뜨거워 보인 하나의 아지랑이

한 여름 쏟아지는 그런 소나기 같은 거야
왔다가 가는 그런 아픔이 되길 바래
남겨진 너희들은 아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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